"결혼하면 나가라" 금복주, 60년간 직장 내 성차별

"결혼하면 나가라" 금복주, 60년간 직장 내 성차별

2016.08.25. 오전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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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앵커]
여직원에게 결혼하면 그만두라고 하는 회사가 있다면..믿으시겠습니까? 수십 년 전 이야기가 아니고요. 2016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대구 경북 소주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주류업체 금복주의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에서 홍보팀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지난해 말 결혼 소식을 알리자,회사가 퇴사를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창사 50년이 넘도록사무직에 결혼한 여직원은 없다"는 관행을 들었습니다. 이를 거부하자 컴퓨터를 뺏고,본인이 하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엉뚱한 부서로 발령을 냈다는데요. 결국 A씨는 대구지방노동청에회사 회장과 대표를 고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제 이 회사를 조사해봤더니,생각보다 성차별은 더 뿌리 깊었습니다. 이 회사의 정규직 직원은 280여 명인데요. 이 가운데 여성 직원은 36명에 불과했고요. 사무직의 경우진정을 낸 여성을 뺀 모든 여직원이 '미혼'이었습니다. 기혼 여성이라고는 결혼한 뒤 회사에 들어온 생산직뿐이었습니다.

또 대부분의 여성 직원이 경리나 비서 같은 업무만 수행했는데요. 핵심 직군을 맡은 여성은진정인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아직 놀라기에는 이릅니다. 결혼한 여성 직원은 친정 쪽 경조사는 안 되고, 시가와 관련된 경조사만 휴가를 인정해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있습니다. 1987년 마련됐는데요.여성 노동자의 결혼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 계약을 맺으면,5년 이하의 징역 또는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그것도 여성 대통령 시대에,해묵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얘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말이죠.

[앵커]
금복주, 소주보다 더 독하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이 뉴스를 보시는 분들이 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지금까지의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인터뷰]
1957년 창사 이래 리포터께서 리포트를 해 주셨지만 연매출 1300억. 대구경북지역에서는 타지방 소주는 가급적 안 먹고 향토 기업의 술인 금복주만 주로 애용하시는 그런 측면이 있는데 결국은 지역에서 이런 어떤 이익을 보면서도 지역에 있는 그런 여성 직원에 대한 정말 배타적인 이런 행태를 해버렸거든요.

지금 이분이 근무하는 홍보디자이너쪽에 근무하는 분이 작년 10월에 결혼하겠다고 하니까 직속 상급자가 퇴사를 강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못 하겠다, 결혼한다고 해서 퇴사를 왜 하느냐라고 하니까 결국은 판촉부로 발령을 냅니다.

[앵커]
안 좋은 부서...

[인터뷰]
그렇습니다. 아무 직무와 관련이 없는 곳으로 발령을 하고 여기에서도 170명의 핵심 직군에는 이 여성이 혼자였거든요. 그런데 계속해서 퇴사가 벌어집니다. 주요 업무에서 배제해버리면, 우리 앵커께서도 주요한 보직을 가지고 계시는데 만약에 직무와 상관없는 시설관리라든가 이런 쪽으로 발령내고 거기에서도 하루종일 책상만 지키는 일만 한다면.

[앵커]
결혼한다는 이유로, 버틴다는 이유로?

[인터뷰]
그렇다고 하면 여기에 근무를 하겠습니까? 결국은 퇴사를 강요했으나 결국 거부를 하다가 1월에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진정을 냅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3월에 결국 퇴사를 하게 되는, 정말 현 시대에 아까 리포터가 말씀하셨지만 여성 대통령이 있는 우리나라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게 아무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죠.

[앵커]
왜 이걸 이제서야, 그동안 여기에 다니면서 그만두신 분들은 왜 이걸 다 참고 지내고 그냥 나갔을까요?

[인터뷰]
60여 년 동안 결혼을 하고 한 사람도 기혼 여성이 근무한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향토 기업이기 때문에 아마 여러 가지 측면, 이걸 어필을 좀 하거나 소위 말하면 태클을 걸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 이런 측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다 수긍을 했었는데 결국 이 여성, 작년 10월에 어필을 강하게 해서 이게 세상에 알려졌는데 저도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왜 최근에 들어와서도 이런 부분이 계속 숨겨지고 강한 항의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앵커]
요즘에는 소주가 남성들만 마시는 술이 아니에요. 여성들도 많이 마시는 술이고 순한 소주들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소주 회사가 이런 문제라면 여성들 불매 운동도 나올 만하겠어요.

[인터뷰]
사실 지금 대구 경북 지역의 여성 NGO단체에서도 제가 생각하기로는 불매운동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여성 관련한 NGO 단체에서. 왜 그러냐 하면 지금 남녀고용 평등법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부분이 지금 기업 내에서 존치하고 있다는 부분은 사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하면 대구 경북지역 여성 단체는 수치라고 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기업 문화를 확실히 이번 기회에 개선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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