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머리 좋아지는 약? 이 세상엔 없습니다

[신율의출발새아침] 머리 좋아지는 약? 이 세상엔 없습니다

2016.08.18. 오전 09:4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신율의출발새아침] 머리 좋아지는 약? 이 세상엔 없습니다
AD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8월 18일(목요일)
□ 출연자 :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두뇌활성주사, 혈액순환 도움 된다는 성분 등 섞어서 조제
-이론만 바탕 된 두뇌활성주사, 효과엔 근거 없어
-물범에 지방산·오메가3 많지만 이론에 불과, 물범탕 안정성 입증된 바 없어
-머리 좋아지는 주사·약, 충분한 임상실험 없어 효능·부작용 여부 검증 안 돼
-연골 재생된다던 글루코사민, 근거 없는 걸로 판명
-가짜 백수오 논란 등 韓 건강기능식품 인증 기준 허술해
-‘어린이 키성장 건강기능식품’, 의미 없는 임상실험만으로 식약처 허가, 제도 문제 있어
-머리 좋아지는 약은 없어, 수험생, 공부에 전념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수능이 약 세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방송에서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한국에서 수능, 학생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주변인들에게도 참 조심스럽고 중요한 날이죠. 불안감과 절박함을 잘 다스려야 할 지금, 혹시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두뇌활성 주사, 물범탕, 이런 것들이 수험생들과 학부모 마음을 흔들고 있다는데요. 진짜 효과가 있기는 한 건지, 부작용은 없을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교수, 전화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이하 명승권): 네, 안녕하세요.

◇ 신율: 병원에도 이렇게 머리 좋아지게 해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있나요?

◆ 명승권: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종합병원에 있다 보니까 그런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 신율: 일반 병원은 있겠죠?

◆ 명승권: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신율: 그런데 이 두뇌활성 주사, 물범탕, 이거 저는 처음 들었거든요.

◆ 명승권: 네, 저도 몇 주 전에 인터뷰 때문에 확인하느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두뇌활성 주사라는 것은 말 그대로 머리 좋아지는 주사라고 선전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주사를 맞으면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가 되고 있죠. 그리고 물범탕은 생소하실 텐데요.

◇ 신율: 물범이라는 게 진짜 동물 이야기하는 거예요?

◆ 명승권: 네, 맞습니다. 대서양이나 북극해 인접하는 지역에 서식하는 물범류의 일종인데요. 캐나다에서 들어온 하프물범을 미꾸라지나 철갑상어랑 같이 달여서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신율: 불법일 것 같은데요?

◆ 명승권: 그런데 아마 이 물범탕이라는 게 선전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 안에 이른바 오메가3, 등 푸른 생선이나 이런 것에 들어 있는데요.

◇ 신율: 오메가3는 정상적인 약도 팔잖아요?

◆ 명승권: 네, 맞습니다. 그것이 두뇌에 도움이 된다고 선전되는 것 같고요. 우리가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한약에서 총명탕, 수능환, 이런 것들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러면 이런 약을 파는 회사가 있는 모양이죠? 아니면 병원마다 섞어서 쓰는 건가요?

◆ 명승권: 두뇌활성주사라는 것은 그 성분 자체가, 일반적인 주사는 포도당을 기반으로 해서 아미노산, 여러 가지 비타민류, 이런 물질들을 집어넣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이 두뇌활성 주사라는 것은 일부 개인 의원에서 여러 가지 기본적으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은행잎 추출물, 진코바일 같은 그런 성분이나, 아니면 비타민C, 그리고 아미노산을 섞어서 조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신율: 문제는 효과인데요. 저 같은 사람이 맞아도 머리가 잘 돌아가나요?

◆ 명승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근거가 없죠. 그런데 이런 게 나오는 이유는, 어느 정도 이론들이 있는 거죠. 무슨 이야기냐면, 두뇌활성 주사 같은 경우에는 그 성분 중에 은행잎 추출물인 진코바일 같은 것을 집어넣거든요.

◇ 신율: 혈액순환 잘 하게 해주는 거죠?

◆ 명승권: 네, 그렇게 잘 알려져 있죠. ‘진코’로 시작되는 약들도 많고요. 실제로 이런 약들은 일반약품이나 혹은 전문의약품으로 식약처에서 인증을 해준 제품이다 보니까 그렇게 선전이 되고 있는데요. 사실 이런 지적 능력이 좋아진다던가, 혈액순환에 좋다던가, 이명, 이런 것이 좋아진다고 선전이 되고 있고, 허가가 났지만 사실 충분한 임상실험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론적인 내용 때문에 지적 능력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선전이 되고 있는 것이죠.

◇ 신율: 충분한 임상실험 결과가 없다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명승권: 네, 맞습니다. 효능뿐만 아니라 부작용 여부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두뇌활성 주사라든지, 물범탕이라든지, 한약으로 만든 여러 가지 약들은 사실 선전되는 게 일부 이론적인 것을 배경으로 해서, 일부 사람이 맞거나 복용하고 나서 어떻게 되었다는, 그 개별 결과를 가지고 침소봉대 하는 겁니다. 사실 그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고, 확인이 된 게 전혀 아니거든요. 이런 것들을 확인하려면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두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눈 다음에, 한 쪽은 가짜 약인 플라시보 약을 처방하고, 한 쪽은 이런 두뇌활성 주사나 물범탕을 먹이거나 주사한 이후에, 실제적으로 학습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무작위 비교 임상실험이 필요한데요. 그런 실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부 경험만을 가지고 선전되고 있는 거죠.

◇ 신율: 물범탕도 마찬가지겠죠?

◆ 명승권: 네, 맞습니다. 물범탕이라고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물범이나 등 푸른 생선에 많이 있는 게 지방산, 오메가3거든요. 그런데 오메가3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두뇌를 구성하는 것 중에 오메가3가 실제로 많이 차지합니다. 그러니까 간단한 이론은 이거예요. 두뇌 성분인 오메가3를 보충하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그런 간단한 이론인데요. 실제로 오메가3를 대상으로 학습능력과 관련된 임상실험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보면 효과 있다는 임상연구도 있지만 없다는 논문도 있고, 아직까지 일관되게 그 효능, 안전성이 입증된 바는 없습니다.

◇ 신율: 그렇죠. 이게 가격은 어느 정도 되나요? 비싸다고 하죠?

◆ 명승권: 두뇌활성 주사 같은 경우에는 일반 수액주사보다 조금 비싼 거 같아요. 한 번에 최소 5~6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물범탕 같은 경우에는 한 달 치 대략 60포 정도에 50만 원 정도로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 신율: 그런데요. 앞서도 말씀하셨지만 머리를 구성하는 오메가3가 많이 들어 있어서 그걸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건, 예를 들어서 우족탕을 먹으면 관절이 좋아진다는 것하고 똑같은 거 아니에요?

◆ 명승권: 맞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글루코사민이라고 잘 아시죠? 이것도 사실 연골의 구성성분이거든요. 그래서 가장 간단한 이론은 뭐냐면, 퇴행성관절염 같은 게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거니까, 연골의 구성성분인 글루코사민은 복용하면 그게 연골부위에 가서 연골 재생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 그런 이론으로 시작된 거예요. 실제로 이런 경우는 동물실험이나 실험연구를 통해서 일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임상실험까지 갔지만, 결론적으로는, 한 37편 이상의 임상실험을 종합해보니까 이런 글루코사민을 제조하는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연구들을 모아봤을 때만 효과가 있지, 그렇지 않은 경우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서요. 2012년 이후에는 일반 보험급여에서 제외되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글루코사민이라는 건 관절염이나 이런 것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는 걸로 이미 판명이 났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혹시 주위에서 이런 거 먹고 효과 봤다는 사람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 명승권: 그러니까요. 그런 부분이 아주 일부에서는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게 그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죠.

◇ 신율: 이번에 박상영 선수가 펜싱에서 금메달 땄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네인 거, 이게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그게 돈 안 들고 제일 좋은 방법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 명승권: 네, 그런 것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단독요법으로 사용했을 때 심리적으로 자신감 있다는 생각만 가지고 효과가 있을지는, 그것도 사실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 신율: 하지만 이건 돈이 안 들잖아요. (웃음)

◆ 명승권: 네, 그런데 의학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어렵죠. 사실 이거 말고요. 이런 것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 중에 하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제도 자체에서 건강기능식품 인증해주는 기준 자체가 상당히 허술합니다. 그러니까 작년 여름 이전에는 어땠냐면, 작년에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가짜 백수오 논란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거의 핵심적인 내용이 뭐냐면, 그전까지 건강기능식품 기준이 그 제조회사에서 제출한 임상실험 한 건이 있거나, 혹은 임상실험 결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해주는 이 제도 자체가 문제였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도 나오거든요. 그게 한 2년 전에 식약처에서 인정해준 건데, 그것도 사실 한 건의 임상실험만 가지고 인증해준 거예요. 이게 한약 추출물, 황기, 속단, 이런 건데요. 어린이들 99명 대상으로 3개월 동안 관찰했더니 위약과 비교했을 때 0.3cm 정도 컸다는 거예요. 그리고 실제 3개월 동안 이 약으로 2.2cm가 컸다고 하지만, 사실 일반적으로도 한 2cm가 커요. 그 차이가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거죠. 그런데 이 자료만 가지고 허가를 해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거죠.

◇ 신율: 네, 지금 어쨌든 우리나라가 수능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참 씁쓸한데요. 그런 걸 타고서 지금 기승부리는 상술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 명승권: 네,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치매 환자에서 인지기능 떨어지는 거, 약간 늦추는 건 개발되었지만, 지금 이 세상에 머리 좋아지는 약이나 이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 의존하는 건 시간 낭비, 돈 낭비, 건강 악화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런 근거 없는 혹세무민 사이비 의학 정보에 눈과 귀를 닫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게 제일 좋습니다.

◇ 신율: 그게 제일 맞는 말씀이시죠.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명승권: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