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액 타 먹였다" 글 논란...남성 대상 '혐오 범죄'?

"부동액 타 먹였다" 글 논란...남성 대상 '혐오 범죄'?

2016.07.28.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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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종 /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앵커]
불특정 남성들을 상대로 음료수에 자동차 부동액을 탔다는 믿을 수 없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람을 사망에 이를 수도 있게 하는 유해물질인 만큼 경찰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압수수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강희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인터넷 한 유명 포털 사이트 카페에 '부동액'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수십 개의 게시글이 등장합니다. '모닝 부동액 커피 제조 완료', '자동차 부동액 종이컵 바닥에 발랐다'는 글부터 '커피에 부동액 탈 사람들 참고하라'는 조언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카페 회원들이 남성들에게 자동차 부동액을 희석한 음료를 먹였다면서 후기를 올린 겁니다.

[김형렬 /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주로 신경이나 심장, 콩팥 이런 쪽에 독성을 일으키면서 사망하는 것으로….]

남성들이 부동액이 희석된 음료를 마실 때마다 희열을 느껴 이런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부동액 음료를 건네거나, 회사 정수기에 부동액을 타는 등 대상자가 불특정 남성이라는 겁니다.

[백성문 / 변호사 : 실제로 부동액을 먹여서 다쳤다면 상해죄, 다치지 않았다면 그래도 상해 고의가 있었기 때문에 상해 미수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에 반발한 여성 혐오 성향의 일베 회원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이들을 비난하며 글을 캡처해 검찰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글이 혐오스러워서 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가만히 둬선 안 될 것 같다….처벌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경찰은 이런 민원을 제기한 사람들의 거주지 지방청에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글을 올린 사람을 대상으로 실제 행동에 옮겼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압수수색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게시글 외엔 아직 뚜렷한 증거가 없는 만큼 허위 글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앵커]
진위여부는 수사를 더 진행해 봐야 알겠습니다마는 이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요.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과 함께 이 사건 포함한 주요 사회이슈 살펴봅니다.

부동액을 실제로 나는 이렇게 탔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타려면 어떻게 해라 조언까지 해 줬다고요?

[인터뷰]
사실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린 글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걸 제보 접수받아서 경찰청에 의뢰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끔찍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글이 있어요. 한국 남성을 죽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거 먹여라고 하면서 실제 부장이나 상사에게 커피에 이걸 밑바닥에 살짝 타서 그다음에 줬더니 아무것도 모르고 먹더라. 그런데 계속 먹였는데 나중에 퇴근했다가 병원에 위염 증세로 입원했다더라 이런 글이 구체적으로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사실 에틸렌글리콜이라고 하는 것은 방금 기사에도 나왔지만 신경계통이나 심장 그다음에 콩팥에 안 좋다고 하는데 이게 고농도 같으면 치명상으로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고농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희석된 부동액 성분을 갖다가 집어넣었다고 하지만 굉장히 위험한데 이게 이성혐오 범죄의 일종으로 번지지 않을까 싶어서 우려가 됩니다.

[앵커]
실제로 부동액을 먹고탈이 났던 그런 사건도 있었잖아요.

[인터뷰]
그렇죠. 근로자들이 커피인 줄 알고 부동액을 타서 먹었다가 집단으로 병원에 이송돼서 위세척도 하고 며칠씩 입원하기도 했었거든요. 사실 굉장히 위험한 부분인데 이걸 어떻게 이성혐오 범죄 비슷한 상태로 해서 여성들이 남성혐오증 같은 그런 마음으로 이런 글을 올렸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지금 경찰이...

[앵커]
경찰은 조사를 어떻게 해야 되죠?

[인터뷰]
이런 경우입니다. 사이버수사대에서 포털사이트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이 글이 어떤 아이디나 패스워드로 올렸는지 이걸 추적하게 되면 그 대상자를 찾아서 진짜로 그걸 목격했느냐, 진짜로 실행을 했느냐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죠. 그렇게 해서 만일 그런 범죄가 있다고 하면 관련자를 조사를 하거나 체포를 해서 조사를 하는데 문제는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같으면 피해자들이 알 수가 없죠. 예를 들어서 정찬배 앵커의, 그럴 일은 없지만 예를 들어서 여성이 평소에 정찬배 앵커님을 미워한다,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니까. 그런데 몰래 커피에 줬다라고 하면 사실은 에틸렌글리콜이라고 하는 게 무색무취 단맛이 나거든요, 주성분이. 알 수가 없죠. 색깔도 없죠, 냄새도 없죠. 그런데 오히려 단맛이 난단 말이에요.

그런데 커피나 음료수에 섞어주면 어떻게 되겠어요? 모른다는 말이죠. 그런데 미량이나 소량이라고 하더라도 계속마시게 되면 내분비에 문제를 일으킨다, 나중에 병원에 가면...

[앵커]
장염이라고 하면 평소에 내가 술 마셔서 그런가? 음식 맵고 짜게 먹어서 그런가 그냥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인터뷰]
알 수가 없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가검물이라든가 분석을 통해서 알 수는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이 누가 나를 상대로 이런 타깃을 삼아 범행했을까 의심을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쉽게 범죄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앵커]
그렇다면 이걸 올리기만 한 것, 이건 처벌이 됩니까? 물론 당사자가 거부를 한다고 하면 올리기만 한 건 어떻게 됩니까?

[인터뷰]
올리기만 한 자체는 사실상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앞에 백성문 변호사가 자문을 해 주셨는데 상해죄로 처벌은 가능합니다. 실제 피해자가 나타나면. 그렇지 않고 상해미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경우인데 단순히 포털사이트의 카페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만 가지고는... [앵커] 거짓말로 올렸어요, 재미로.

[인터뷰]
그렇습니다. 처벌할 수 없습니다. 대상자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앵커]
이러니까 또 인터넷에 남성들 모임이 있는 사이트가 있죠. 굳이 제가 얘기는... 유명한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이 글을 올린 여성들에게 공격을 하고 여성혐오를 하는 발언들이 막 쏟아지고 있다고요?

[인터뷰]
사실 심각합니다. 왜 그러냐면 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저도 들어오기 전에 봤거든요. 굉장히 심각한 공격을 합니다. 소위 이성혐오의 아주 광기 어린 그런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이성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되는데 오히려 상대 젠더에 대한 혐오를 계속해서 나타내면 사회적으로 이게 상당히 안 좋은 결과를 양산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이런 사례가 계속 반복되면 결국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공격하는 심리가 만들어지거든요. 이건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낭비적인 요소입니다.

[앵커]
괜히 인터넷에 올라온 글 보고 욱해서 진짜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는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그런 글에 세뇌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지나가는 여성 또 지나가는 남성에 대한 공격심, 적개심을 가지게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범죄로도 이어지는 우려할 사항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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