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後] 'SNS 폭력' 투신 여고생, 막을 수 있었지만 '나 몰라라'

[사건추적後] 'SNS 폭력' 투신 여고생, 막을 수 있었지만 '나 몰라라'

2016.07.26. 오전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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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2일 YTN이 보도한 인천 여고생 투신 사고는 제대로 된 조치만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를 넘은 SNS 폭력에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돼있지만, 교육 당국이 정해 놓은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은 한 학기 2시간에 불과했습니다.

사건의 진행 과정을 초기 단계부터 깊이 있게 파헤치는 '사건추적後' 김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SNS에서 성적 모욕과 험담을 견디다 못해 투신한 17살 여고생의 부모는 하루하루 초조한 마음으로 병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피해 여고생 부모 : 무릎 양쪽이 다 나갔으니까 걸을 때 문제점. 가장 큰 건 정신적 문제, 평생 간다는 거예요.]

YTN 취재 당시 학교 측은 이 학생이 폭력에 괴로워하던 징후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학교 측 관계자 / (지난 11일 YTN 취재 당시) : 이 학생은 한 마디도 이야기 안 했으니까 (몰랐죠)]

그러나 이런 해명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이미 지난 4월 동료 학생들의 폭력을 학교에 신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학교 측 관계자 : 학교 폭력으로 처리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가해 학생에게) 그 자리에서 하지 말라고….]

지난달에는 SNS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며 신고한 또 다른 학생도 있었습니다.

당시 학교 측은 퇴학과 정학 등 10명이 넘는 학생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이후 추가 예방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추가 피해자까지 나온 겁니다.

[학교 측 관계자 : ○○○ 학생을 (SNS를 통해) 협박하고 이런 폭력 행위가 있었습니다.]

이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학생들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으면서 이를 매개로 한 폭력도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 거의 한 90%, 95%는 SNS 하는 거 같아요. 누구 이름 말 안 하고 그냥 욕을 쓰는 '저격글' 올리는 거.]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에 겪은 충격은 쉽게 회복되지도 않습니다.

[최희영 / 학교폭력분쟁조정전문가 : 아이들의 상처가 오래가고 사이버 폭력 피해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외상을 입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도 교육 당국이 하는 것이라곤 한 학기 2시간으로 정해 놓은 예방 교육이 전부입니다.

[교육부 관계자 : 한 학기에 학교당 평균 2시간 정도. 지금으로써는 (사이버 폭력 가해 학생에게) 별도의 특별교육이 마련돼있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교육 당국이 이렇게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사이버 폭력에 당했다는 청소년들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른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고 지적합니다.

[차민희 / 청소년폭력예방지원단가 : (학교 같은 경우에)사이버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일반적인 신체 폭력보다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어른들이 조금만 더 세심하게 학생들을 살피고 교육했다면 17살 여고생의 투신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도를 넘은 10대들의 SNS 폭력에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YTN 김태민[tm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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