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피카츄 떴다!"...전 세계 포켓몬 열풍, 왜?

"속초에 피카츄 떴다!"...전 세계 포켓몬 열풍, 왜?

2016.07.13.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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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사람들이 앉거나 선 채로, 돌아다니면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모두 '게임'하고 있는 겁니다.

어제 전 세계 뉴스를 장식하더니, 오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까지 점령한 그 게임, '포켓몬 Go'입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길래 이 난리일까요?

1990년대 후반,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가 만든 '포켓몬스터'.

'주머니 속의 괴물'이라는 뜻에서 '포켓몬'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피카!'하며 전기 공격하는 피카츄죠.

'몬스터볼'로 피카츄 같은 포켓몬을 잡고 이 포켓몬끼리 대결을 붙여 승리하면 포켓몬이 또 진화합니다.

포켓몬 도감을 채워가는 재미가 있는데, 게임시리즈로 시작해 애니메이션과 카드게임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당시 이 포켓몬스터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옛날 보도를 찾아봤습니다.

2000년도에 이승은 기자가 보도한 영상인데, 잠깐 보고 오시죠.

[이승은 / 기자(2000년 5월 보도 내용) : 스티커 때문에 빵 사본 경험 있는 사람? (저요저요.)]

[초등학교 1학년생(2000년 5월 보도 내용) : 포켓몬스터 스티커 151마리 다 모았어요. 50마리 넘게요. '따먹기'도 할 거예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

어린이들이 빵을 사지만 정작 빵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가지고 싶은 스티커가 나오는지 여부가 오직 관심사입니다.

[구멍가게 주인 : 스티커만 빼고 빵을 더러 버리는 아이들이 있는데 제가 보면 야단을 많이 칩니다.]

어린이들에게 최고 인기인 포켓몬 스티커는 150개가 넘어 아이들을 맹목적으로 스티커 모으기에 나서게 합니다.

[초등학생 : 라이트, 라이츄, 뮤, 뮤츄….]

[초등학생 : 열 장쯤 팔았대요.]

학부모들도 속수무책입니다.

[유치원생 부모 : 딱지나 포켓몬스터, 스티커, 이런 걸 많이 가질수록 인기가 많으니까 계속 조르는 것 같아요.]

이 '포켓몬 빵', 저도 참 많이 먹었는데요.

만화 속 주인공처럼 포켓몬을 모으고 싶어서 아이들은 이렇게 스티커 모으기에 열을 올렸죠.

올해로 피카츄도 20살이 됐습니다.

그리고 2000년 당시, 열심히 포켓몬 빵 봉지를 뜯던 어린이들이 자라서 포켓몬을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는 겁니다.

'포켓몬Go'는 위치정보 시스템과 구글 지도, AR, 다시 말해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게임입니다.

스마트폰으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그 장소에 가상으로 숨겨져 있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귀엽죠?

증강현실 기술의 발달로 포켓몬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게 된 겁니다.

[자비에르 루쏘 / '포켓몬Go' 이용자 : 포켓몬을 모을 수 있다는 게 재밌죠. 어렸을 때 그토록 하고 싶었던 거잖아요. 이제 게임 속에서 실제로 포켓몬을 잡을 수가 있어요.]

이 게임은 지난 8일 출시됐는데, 일주일 만에 이용자가 미국 안드로이드폰 트위터 사용자 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들고 돌아다니니 걷다가 넘어지고 부딪쳐 다치는 사례가 속출하고요.

포켓몬 잡느라 소매치기 당하는 줄도 모릅니다.

게임 회사에 이용자의 위치정보와 카메라 데이터가 노출되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는데요.

심지어 이 남성은 여자친구 몰래 헤어진 애인의 집에 갔다가 '포켓몬Go'를 켜는 바람에 위치가 노출돼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포켓몬 Go' 를 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 구글 지도 서버가 없고 법적으로 지도 데이터를 해외 반출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오늘, "속초에서 포켓몬Go를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실제 인증샷이 올라오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속초시청 홈페이지에는 "여기가 포켓몬 성지냐"는 문의가 폭주하고, 실제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로 가는 고속버스 예매율이 올랐다는데요.

'포켓몬 Go'의 개발사가 전 세계 지도를 마름모 형태로 잘라 구역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속초, 고성군 일대와 북한 일부 지역이 빠진 겁니다.

속초시청은 무료 와이파이 정보까지 제공하면서 틈새 홍보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는 이런 난관도 있네요.

게임 레벨이 올라가면 체육관에서 포켓몬을 훈련 시키거나 결투를 할 수 있는데, 체육관이 판문점에 있다며 당혹스러워하는 한 이용자의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난리입니다.

풀숲 어딘가에 피카츄가 숨어 있을 것 같았던 그 시절의 동심이 스마트 기술을 만나 제2의 포켓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신기술이 가져다준 재미와 감동 속에서도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해프닝들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진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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