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파일] 6.25 전쟁 속 피아노 선율로 안긴 따뜻한 위로, '세이모어 번스타인'

[인물파일] 6.25 전쟁 속 피아노 선율로 안긴 따뜻한 위로, '세이모어 번스타인'

2016.06.23.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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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발의 노인은 피아노 거장 세이모어 번스타인입니다.

이 피아니스트는 뜻밖에도 6.25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였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공포에 시달리고 있던 군인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어루만졌던 세이모어 번스타인.

그가 66년 만에, 한국에서 전우들을 위한 연주를 합니다.

번스타인은 1951년 미 8군 일병으로 1년 6개월 간 6.25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는 함께 참전한 바이올리니스트 케니스 고든과 함께 1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는데요.

전쟁이라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 매일매일을 힘겹게 지내던 군인들에게 이 선율은 큰 위안이 됐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세이모어 번스타인 / 6.25 참전 피아니스트 : 우리가 배치된 중대의 중위한테 가서 이곳 사람들에게 연주를 해줘도 되냐고 물었죠. 중위는 클래식 연주는 말도 안된다며 아무도 안 들을 거랬지만 그래도 하겠다고 했어요.]

연주가들을 지켜보는 장병들의 뒷모습, 보이시죠.

사진 속에 보이진 않지만, 최전선 청중인 군인들은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주하는 동안에도 언제든 전투할 수 있도록 옆에는 총이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돌이켜보면 포화 속에서의 연주는 그에게도 쉽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세이모어 번스타인 / 6.25 전쟁 참전 피아니스트 : 당시 기록했던 일기를 20년 동안 잊고 지냈는데 어느 일요일에 그걸 펼쳐보고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전역 후에도 번스타인은 한국인을 위한 연주를 이어갑니다.

1955년 서울 교향악단과 콘서트를 열었고 1960년에는 공연을 위해 방한을 했지만 4.19 혁명으로 모든 콘서트가 취소되자 4.19 혁명 과정에서 다친 학생들을 찾아 서울대병원에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도 한국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나라라고 말합니다.

번스타인은 1951년 당시 한국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포탄 맞은 황폐한 산야, 가난한고 절망적인 모습의 사람들.

말 그대로,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데요.

그런 그가 66년 만에 전쟁터에서 들려줬던 그 피아노 선율을 다시 연주하기 위해 한국을 찾습니다.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특별한 손님'으로 닷새간 한국에 머무르는 건데요.

젊은 시절 6.25 전쟁 속에서 한국을 바라봤던 세이모어 번스타인, 백발이 된 그에게 2016년의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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