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벌레'로 불리게 됐을까

어쩌다 우리는 '벌레'로 불리게 됐을까

2016.05.30. 오후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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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단어에 벌레라는 의미의 '충'을 붙여 대상에 혐오를 드러낸 신조어가 인터넷 공간을 뒤덮으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을 벌레에 비유하는 표현은 예전에도 있었죠. 가령 공부밖에 모르는 '공부벌레', 돈만 밝히는 '돈벌레', 일 중독처럼 일밖에 모르는 '일벌레' 등입니다.

그런데 요즘 쓰는 '○○충'이라는 표현은요, 농담인가 하면, 타인의 '민폐'행동을 비판하기도 하고요. 비판인가 싶으면 남을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표현이 됩니다.

'○○충'이란 단어의 시작은 '일베충'입니다.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을 일컬어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단업니다.

여기서 퍼져나가 '자신의 아이만 아는 몰지각한 엄마'를 맘충으로,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배려할 줄 모르는 한국 남성'을 한남충이란 단어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또는 여성비하 단어로 변형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 매사 진지하게 설명하려 드는 성격을 가진 이를 지칭하는 등 일상에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충'이 붙는 대상이 대부분 여성, 노인, 유족 등 약자라며, 약자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아무 죄의식 없이 비하·차별 발언을 배설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누리꾼들은 이 소식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어릴 때부터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그것이 편 갈라 싸우는 원인인 듯" (bok_****)

"인터넷 댓글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 듯 아예 없어졌으면" (wgpr****)

"온라인에서는 특히 적대감이 너무 강하네요.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데…"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너나 할 것 없이 '벌레'로 부르고 불리게 됐을까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마음마저 얼어버린 건 아닌지, 다른 사람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너그럽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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