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안락사, 과연 누구의 안락(安樂)을 위한 것인가

유기견 안락사, 과연 누구의 안락(安樂)을 위한 것인가

2016.05.29. 오전 05: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유기동물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보호소의 전직 소장이 자격도 없는 상태로 유기견 수백 마리를 안락사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공무원이 안락사를 지시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했던 이성재 씨를 만나기 위해 취재진은 충북 제천으로 달렸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불법 안락사 문제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유기동물보호소 문을 닫았습니다.

이 씨는 취재진에게 당시 상황을 털어놨습니다.

[이성재 / 전직 유기동물보호소장 : 내가 안락사를 다 했거든요 한 300마리. 수의사도 없이 직접 했죠.]

수의사만이 할 수 있는 동물 안락사를 직접 했다는 이 씨.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까지 그렇게 한 이유가 잘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성재 / 전직 유기동물보호소장 : 하라고 하니까 했지. 안 하면 다음 달에 계약이 되겠어요? 안 되지. 갑과 을 사이에. 제가 9년 동안이나 했는데 내가 못 한다고 하면 다음부터 할 수 없는 거고. 나는 지시한 대로 가져오라면 가져와야 하고 그런 실정이에요.]

이 동물보호소는 시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었는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안락사를 시키도록 지시받았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이 이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입니다.

보호 기간이 지나 안락사를 시켜야 할 동물의 번호가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최후의 순서를 적어 보낸 이른바 '데쓰 메시지' 입니다.

이걸 보고 이 씨는 번호에 해당하는 녀석들을 차례대로 안락사시켰다는 겁니다.

그렇게 최후를 맞은 녀석들은 300마리가 넘습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말은 전혀 다릅니다.

[시청 전 담당 공무원 : 전달한 거예요. 누구, 누구 안락사를 그레이하운드 분양 신청한 거 OOO한테 인계하라. 정당히 업무 지시를 하는 거예요.]

수의사가 안락사시키도록 하라는 말을 이 씨를 통해 대신 전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수사로 이어진 진실게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안락사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공방은 여전히 첨예하고 뜨겁습니다.

한때는 어느 집의 소중한 가족이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애타게 찾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말 한마디 못한 채 철창에 갇혀 있는녀석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사람들의 마지막 처분만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