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급발진, '브레이크 밟았다' 증명해야 할 경찰 EDR 해독 기술 없어

[신율의출발새아침] 급발진, '브레이크 밟았다' 증명해야 할 경찰 EDR 해독 기술 없어

2016.05.27. 오전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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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출발새아침] 급발진, '브레이크 밟았다' 증명해야 할 경찰 EDR 해독 기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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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5월 27일(금요일)
□ 출연자 :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급발진, 자동차 제조사 “차량 이상 없고, 운전자가 가속페달 밟은 것”, 논리적 주장 아냐
-급발진, 전압 변동 등 오작동 현상일 수 있단 연구 있어
-100% 급발진 판정 보상 사례 無
-급발진, 브레이크 밟았는지 여부 중요
-‘브레이크 밟았다’ 증명해야 할 국과수, 경찰, EDR(사고기록장치) 해독 기술 없어
-가속 페달 옆, 전후방감시카메라 붙여 급발진 대비
-정부, 급발진 가능성 열고 객관적 연구 진행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한 차량이 도로 정지 신호 중에 갑자기 가속으로 전진, 후진을 반복하면서 3차례나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는데요. 제조사 측은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고 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죠. 정말 급발진이 맞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받을 예정이라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와 전화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이하 이호근):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이게 그러니까 급발진이라는 것은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차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을 급발진이라고 하는 거죠?

◆ 이호근: 네, 맞습니다. 정확히 지적하셨는데, 대게의 경우 급가속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급발진이라고 판단하는 급가속이 발생할 경우에는 평상시에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차량이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가속력이 발생해서 운전자가 상당히 놀라고 당황하게 되는데, 이런 이상이 있을 때 제일 문제가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안 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현상을 합해서 급발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신율: 그런데 이게 기어 넣는 자동차 있잖아요? 수동 변속 차량은 급발진이 없습니까?

◆ 이호근: 지금 현재까지는 수동변속기에서 급발진으로 보고된 사례가 정확히 없거든요. 저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싶은데, 제조사에서는 나중에 차량을 조사해보니까 아무 이상이 없었고, 이것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착각해서 밟은 것이다, 이렇게 늘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100%로요. 그런데 운전자들이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착각해서 밟았다고 가정을 해보면, 방금 지적하신대로 예전의 스틱 차량에서는 이런 일이 왜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고, 자동변속기 도입 이후에 이런 현상이 자주 보고가 되는지를 우리가 의심해봐야 하고요. 또 한 가지는 일반 승용차를 제외하고 대형 화물 트럭이나 버스에서 급발진 사고가 일반 승용차처럼 1년에 80건 이상 보고되는 일은 없거든요. 저도 보고된 것을 한 번도 못 들어봤습니다. 결국 이렇다고 하면 이상한 거죠. 승용차 운전자들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착각해서, 그것도 오토매틱 도입 이후 차량 운전자들 그렇게 헷갈리고 착각한다? 이건 논리적이지 못하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보고 있습니다.

◇ 신율: 그런데 정말 대형 버스나 트럭 같은 것이 급발진하면 진짜 큰 일 날 것 같네요.

◆ 이호근: 그렇습니다.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이죠.

◇ 신율: 그러니까 이게 결국 따지고 본다면, 우리가 뭔지는 모르기는 하지만 자동차의 전자계통에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급발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추론할 수 있는 건가요?

◆ 이호근: 네, 맞습니다. 결국은 이런 이야기가 예전에도 특별한 차량에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해당 차량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요. ECU라고 전자 제어장치가 기본적으로 다 달려 있잖아요? 그런데 이 ECU의 회로들을 전자현미경 사진 같은 것으로 확대해서 봤을 때, 이 현미경 사진에서 손상된 회로 부위를 좀 발견 한 거예요. 결국 이렇게 회로 일부가 손상되었다는 것은 배터리에서 전압 공급 같은 것이 일정하지 않게 될 수도 있고, 이런 전압의 변동이나 불일치 때문에 오작동을 하거나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 신율: 그런데 외국도 지금 급발진 인정이 안 되고 있죠?

◆ 이호근: 네, 맞습니다. 외국에서도 급발진이 정확히 인정된 적은 없고요. 물론 도요타 사건이 급발진 관련한 사고로 인해서 40억 달러, 4조 7천억 정도 지원한 적이 있는데요. 이것도 정확히 보면 급발진이라는 운전자들의 주장이 있어서 이것에 대해서 조사를 했는데, 결국은 도요타에서 조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하고, 자기네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할 때까지 시간을 끌고, 이래가지고 괘씸죄로 막대한 보상을 하게 된 것이고요. 실제로 급발진이라고 100% 판정이 나서 보상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신율: 그리고 EDR이라고 하죠. 사고기록 장치, 최근에 나온 차량은 다 이게 달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 이호근: 네, 맞습니다. EDR이 의무화 되어 있습니다.

◇ 신율: 그럼 이걸 공개하면 급발진인지, 아닌지 판단이 되는 것 아닌가요?

◆ 이호근: 그런데 이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 EDR이라는 것이 브레이크를 밟았냐, 밟지 않았냐? 이걸 가지고 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인데요. 여담을 말씀드리면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자동차 전문 교수님이 수입차를 가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급발진이라고 주장하신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당연히 CCTV를 봤더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서 브레이크 등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제조사에서 뭐라고 하냐면, 착각을 해서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았을 거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 신율: 그러면 보통 신형 차량은 자동차가 멈추지 않나요? 가속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면요.

◆ 이호근: 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최근 차량들의 출력이 워낙 높기 때문에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아도 그렇게 된다는 것이고요. 또 가장 큰 문제는 뭐냐면, 이 EDR이라는 게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데, 이 EDR에 대한 해독할 수 있는 기술을 국과수나 경찰에서 가지고 있지 않다, 이거거든요.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EDR 판독을 제조사 AS 센터에 경찰에서 의뢰하는 이런 웃지 못 할 상황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법적으로 명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에 대한 전문가나 객관적인 연구가 어려운 것이 현자의 현실이죠.

◇ 신율: 그렇군요. 그러니까 결국은 운전자 분들 중에 억울하신 부분이 많을 것 같거든요. 사실 제 지인도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RPM이 올라가면서 아주 큰일 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억울하신 분들이 많은데요. 이거 방법 없나요?

◆ 이호근: 그래서 저도 요즘 블랙박스를 다 장착하는데, 최근에는 투 채널로, 전방과 후방을 감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도 후방감시카메라를 가속 페달 옆쪽에 붙여놨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제 차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을 증명하는 것보다도 제가 안전하게 대처를 해야 되겠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가지고 블랙박스에 제가 브레이크 페달은 분명히 밟고, 가속 페달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놨고, 요즘 방송을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블랙박스를 선전하는 회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신율: 그 정도로 불안하다는 건데요. 그래서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이호근: 네, 맞습니다. 이걸 공론화시켜가지고 국과수나 이런 곳에서 충분히 연구를 하고, 왜냐면 이런 연구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게, 우리가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이론이 있거든요. 뭐냐면 어떤 원인을 분석할 때 가장 복잡한, 여러 가지 가정을 세운 이론 보다는 가장 심플한 게 정답이다, 이런 게 있기 때문에 급발진이 없다고 가정하고 지금처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아주 명확하고 객관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 신율: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호근: 네, 고맙습니다.

◇ 신율: 지금까지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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