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말려줘 불량?...군납 고춧가루의 이상한 기준

농협이 말려줘 불량?...군납 고춧가루의 이상한 기준

2016.05.19.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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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군 장병들이 먹는 김장용 고춧가루, 혹시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지난 2013년과 2014년 2년 동안 2870여 톤이 사용됐는데요, 매년 전국 5개 시골 마을에서 정성껏 농사를 지서, 최상급만을 군에 납품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고춧가루가 방위사업청에서 품질 하자 판정을 받아 지금 농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박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라남도 함평.

이곳은 매년 방위사업청과 계약 재배를 맺고 군 장병들이 먹을 김치의 고춧가루를 납품하는 특별한 땅입니다.

[임정례 / 전남 함평 구계마을 농민 : 요놈이 올라가면 자식들도 먹고 친척도 먹고 우리도 먹고 다 그런 것이지.]

[유희순 / 전남 함평 구계마을 농민 : 내 손자가 먹는다, 내 조카가 먹는다 생각하죠. 항상.]

그렇게 올해도 군납을 위한 대규모 고추 농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주민 : 놀라고 플래카드 걸 일이지, 알면 조합원들 난리 나지, 근데 일부는 몰라.]

방위사업청이 지난 2년 동안 납품한 고춧가루 중 137톤을 품질 하자, 불량 고춧가루로 판정했기 때문.

이유는 다름 아닌 건조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영수 / 국방권익연구소장 (전 국민권익위 조사관) : 계약 조건에는 농민이 수확해서 여기서 다 말려서 말린 고추를 농협이 수매해서 고춧가루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는 농민이 안 말리고 농민이 홍고추를 바로 농협에서 수매했고, 농협에서 세척하고 말려서 고춧가루로 만들었다는 것이 계약조건 위반이고, 그래서 품질 하자고, 그래서 제재해야 한다….]

그러니까, 농민들이 말려야 할 고추를 농협이 대신 말린 게 불량의 이유.

하지만 농협은 농민을 돕기 위해 한 일이라며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윤한수 / 전남 함평군 농협 조합장 : 고추는 가장 손이 많이 들어가는 농사거든요. 그래서 고추 농사를 기피합니다. 저희 농협에서는 농민들 건조를, 노동력을 절감해주기 위해서 홍고추를 수매해서 건조를 하거든요.]

농협이 대신 말렸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임정섭 / 전남 함평 구계마을 농민 : 저희 같은 경우는 세척 과정도 거의 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농협에서는 저희가 납품하면 고추를 세척해서 대형 기계로 하기 때문에 청결 부분에서도 저희 농민들이 쫓아가지를 못하죠.]

함평과 비슷한 이유 등으로 품질 하자 판정을 받은 시골 마을은 경북 안동과 영양, 전남 영광과 충북 청양 등 모두 5곳.

과징금 9억6천만 원,

거기다 앞으로는 고춧가루 납품 자체가 중단될 처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도 방사청이 명백히 잘못된 처분을 내렸다면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오늘 밤 9시, YTN 국민 신문고에서는 함평 고추밭 농민들의 눈물, 그리고 방산비리 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정부 기관의 갑질에 대해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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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박조은[jo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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