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에서 '몸매'까지...학교 교훈에 나타난 시대상

'성실'에서 '몸매'까지...학교 교훈에 나타난 시대상

2016.05.14. 오후 10: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흔히 학교의 로비나 교정에 들어서면, 그 학교의 정신을 적어놓은 교훈을 볼 수 있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교훈들을 모아 살펴보면,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서울 시내 고등학교 3백여 곳의 교훈을 분석했습니다.

김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매년 이맘때쯤이면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교정 안 비석에 새겨져 있던 교훈이 어떤 문구였는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서울 소재 319개 고등학교의 교훈을 분석한 결과를 한번 보겠습니다.

이런 단어들이 나오는데요, 교훈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성실'로 71회였습니다.

'성실함'을 학생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는 점을 알 수 있죠.

다음은 '창조','창의'라는 비슷한 단어가 각각 46회, 17회씩 등장했습니다.

흔히 학교 교육이 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지만, 교훈에서는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교 설립 시기별로도 교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1950년대까지도 성실함과 협동, 슬기 등의 덕목을 강조하는 점은 비슷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나라'라는 단어가 교훈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국민교육헌장'이 모든 교과서에 실렸던 시기죠. 국가주의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뉴스 1973년 '고등학교 안보 실기대회' : 박정희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고등학교 안보 실기대회가 열렸습니다.]

1980년대 만든 교훈에는 '자율','자주'와 같은 어휘가 눈에 띄는데요, 당시 민주화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일까요?

[대한뉴스 제1406호 : 구김살 없는 시민으로 떳떳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데 교복 자율화의 참뜻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처음으로 '세계'라는 단어가 교훈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김헌식 / 문화평론가 : 빠른 압축성장을 하는 차원에서 경제적인 상황에 맞물려서 교육이 거기에 이바지를 해야 됐기 때문에 사회 구조나 경제 상황과 맞물리는 형태, 그러니까 교육이라는 것이 경제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겠습니다.]

교훈이 학교 설립 당시의 상황을 반영하다 보니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름답다'라는 단어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학교들인데요, 바로 서울 시내 여학교의 교훈만 따로 뽑아본 결과입니다.

여학생들에게는 유독 외적인 미를 강조하고 있는 건데요, 수동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상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모교의 교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대에 뒤처져 마음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박철연 : 아니요, 특별하게 교훈은 기억이 잘 안 나요. (단어라도 기억나시는 것 없으세요?) 어...]

[강정아 : 글쎄요 기억나는 사람이 있을까요?]

YTN 김수진[suekim@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