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택시 신문고'에 담긴 우리네 사는 이야기

달리는 '택시 신문고'에 담긴 우리네 사는 이야기

2016.05.08. 오전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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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시에 탄 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기사님들 적지 않지요.

그런데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손님이 직접 속마음을 글로 적게 하고 그 사연을 모아 간직해온 택시기사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황보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택시 신문고의 주인공, 박기문 기사님입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승객을 만나다 보니 문득, 그들의 사연이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박기문 / 택시기사 : 내가 노트를 미리 준비해놓고 나서 (손님들에게) 내가 바라는 세상이나 그리고 원하는 세상(을 써보라고 했죠.)]

처음엔 어색해 하던 승객들은 말문이 터지자 저마다 가슴속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졸업을 1년 미루고 취업 준비 중인 이준희 씨 그중 한사람입니다.

[이준희 / 대학생 : 상반기에 채용이 다 뜨니까 자소서 써보고는 있는데 잘 안 돼요" "잘 돼야 할 텐데 요즘 모두가 다 취업 걱정]

하지만, 취업의 문은 왜 이렇게 열리지 않는 걸까?

이번에는 꽃 중년 신사분이 탔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고 있지만 가족만 생각하면 늘 힘이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 큰 딸들에겐 늘 못 해준 것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강대식 / 직장인 : 같이 생활을 오래 못 했기 때문에 아마 제 생각은 그래요. 제 생각은 딸들한테 100점 중에 한 50점, 60점 되는 아빠밖에 되지 않는다고.]

귀여운 꼬마 손님들과 엄마 김민정 씨.

개구쟁이 아이들의 이야기에 문득 부모님을 떠올립니다.

[김민정 : 어렸을 때 엄마가 너 같은 애 낳아서 키워보라고 그럼 다 알게 된다고 그러시잖아요. 지금도 말을 안 들으니까 그런 조금 와 닿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무심코 탄 택시에서 손님들이 쏟아낸 속마음은 이제 노트 20권 분량만큼이나 커져 버렸습니다.

손님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공감해준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박기문 기사님 스스로도 위로받고 가족에 대해 닫은 문을 열게 됐다고 말합니다.

[박기문 / 택시기사 : 이제 조금씩이라도 (어머니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이제부터 이제야 하는 것 같아요.]

YTN 황보연[hwangby@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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