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속 할머니 '칠공주'..."외로울 틈이 없네!"

한지붕 속 할머니 '칠공주'..."외로울 틈이 없네!"

2016.05.07.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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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무려 백만 명이 넘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데다 외로움까지 더해 마음의 병을 얻는 경우도 많은데요.

한적한 시골에서 함께 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한 할머니들이 계시다고 합니다.

황보연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인 경상남도 의령.

이 마을도 여느 시골처럼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빈집과 나 홀로 사는 노인만 늘어갔습니다.

81살 전점순 할머니도 역시, 혼자입니다.

[전점순 할머니 : (집에 가면 아무도 없잖아요) 아무도 없지.]

장성한 자식들은 모두 객지로 나가고 할머니 곁을 지키던 할아버지마저 2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점순 할머니 : 좀 안 좋아요 서운하고 우리 할아버지 여기 계셨거든 사랑방에]

하지만, 할머니가 다시 웃음을 찾았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말입니다.

군청의 도움을 받아 개조를 끝낸 마을회관엔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 7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일명 '상정마을 칠공주'

자식들 다 키우고 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들은 나이도 성도 다 다르지만 매일 한 지붕 아래서 먹고 자는 가족입니다.

[박말도 / 경남 의령군청 노인복지계장 : 독거노인을 방문했을 때 혼자 이불을 쓰고 누워 있는 걸 직원이 봤는데 인근 경로당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여기에 착안해 함께 사시도록 도와드린 겁니다.]

오랜만에 화창한 봄볕을 따라 칠공주가 꽃놀이에 나섰습니다.

그 옛날 나물을 캐고 땔나무를 주워 모았던 곳입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에 할머니들은 어느새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듯합니다.

오후엔 반가운 손님들도 찾아왔습니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건강 검진을 해주러 온 겁니다.

간단한 치매 검사도 받아보는데요.

혈연으로 묶인 가족은 아니지만 일곱 명의 할머니는 이렇게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줍니다.

든든한 친구로, 다정한 동반자로 새로운 가족이 된 상정마을 칠공주.

할머니들이 걷는 이 길엔 5월의 꽃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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