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분서주] "큰 이불 먼저"...화재 속 일가족 구조

[동분서주] "큰 이불 먼저"...화재 속 일가족 구조

2016.05.0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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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경 / 사회부 기자

[앵커]
지난 달 29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4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서 안에 있던 일가족이 고립되는 사고가 있었죠. 저희들도 보도를 했습니다마는 이 과정에서 주민과 길을 가던 미군들이 대피한 가족 4명을 이불로 받아냈었습니다. 이불로 무사히 구조를 했는데요. 이불을 제공해 준 이불가게 주인. 그리고 몸소 나서서 가족들을 구해 준 미군들의 이야기가 지금 훈훈한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마는 그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낸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강희경 기자와 함께 아름다운 이웃들의 후일담,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지난달 29일, 금요일이에요. 사고 당시의 상황, 화면과 함께 설명을 해 주시죠. 그때 어땠는지요.

[기자]
사고 당시 영상이 굉장히 생생하게 잡힌 모습을 저희가 확보했는데요. 지금 영상을 한번 같이 보시면 사고 당시에 4층의 주상복합 건물에서 불이 났는데 창문 밖으로 연기가 심하게 나오는 것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1층에서 불이 났는데 4층에 있던 곳에 사람이 고립돼 있었던 건데요. 나이지리아 사람들이었어요. 나이지리아 사람들인데 어머니가 아이를 든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영상까지 고스란히 잡혔었고. 지금 화재 당시 영상이고.

[앵커]
지금 화면은 화재가 어느 정도 컸는지를 알 수 있는 화면이고요. 아래에서 찍은 화면입니다.

[기자]
저건 화재가 다 끝난 당시, 화재가 다 진압된 뒤의 상황인데요.

[앵커]
휴대전화로 촬영된 화면 있었죠? 이거 한번 보여주시죠.

[기자]
지금 보시면 4층에서 연기가 심하게 나고 있는데요. 이때 멀리서 보시면 한 어머니가 아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지금 아이가 하나 떨어졌는데요. 어머니가 아이를 그냥 떨어뜨린 게 아니라 밑에서 이웃들이 아이를 들고 있는 것을 보실 수가 있는데 이불을 팽팽하게 들어서 떨어뜨리라고 손짓을 해서 어머니가 떨어뜨린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도 매달려 있는데 3명이 차례대로 1층으로 떨어져요. 지금 어른들이 손짓을 하고 있죠.

[앵커]
괜찮아, 괜찮아. 뛰어내려,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기자]
지금 영상을 보면 어쩔 줄을 몰라하는 사람들의 고함, 비명도 들리고 하는데 아이가 또 지금 떨어지는 영상을 보실 수가 있고 차례대로 아이가 세 명이 떨어진 다음에 어머니 자신도 몸을 던져서.

[앵커]
현장 상황 당시 소리입니다.

[기자]
지금 아이가 한 명이 더 추가로 구조된 거고요.

[앵커]
아이를 떨어뜨리는 부모는 어떤 심정이었겠습니까? 하지만 첫 아이를 받아주니까 그다음에 둘째 아이, 셋째 아이 다 뛰어내릴 수 있었던 것이고 본인도.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마지막으로 본인까지 몸을 떨어뜨리는 장면인데요. 이렇게 무사히 4명 모두 구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목격자 녹취를 한번 들어보실까요.

[화재 당시 목격자 : 지나가던 미국 사람, 한국 사람, 상가 점포 주인들 다 나와서 이불을 서로 팽팽하게 잡고 준비됐으니까 아기를 떨어뜨리라고 이렇게 손짓을 해 줬어요. 그 밑에서 외국인, 한국사람 다 받아서 쿠션 가지고 갔던 미용실 소파에 뉘었어요. 아이들은 주민들이 하나씩 품에 안아 주고….]

[기자]
이렇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가족 4명 모두 연기만 조금 마셨을 뿐 큰 부상은 입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가족이 모두 구조된 뒤에 도착해서 진압을 마쳤고 건물 안에 있던 시민들까지 모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저걸 누가 받아줬을까 되게 궁금했는데. 주변에 있던 미군들이 저 가족들을 받아줬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동네가 평택미군기지 근처에 있던 동네였는데요.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미군들이 이불가게 주인에게 동의를 구해서 이불을 받아서 구할 수가 있었던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화재 당시 나이지리아 가족을 이불로 받아낸 군인들과 현장조사에 나선 군 관계자들이 다시 사고현장을 방문해서 가족들이 무사할까 걱정을 하는 마음에 방문을 했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담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번 모습을 봐보시겠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소속 미군 : 위급한 상황에 처한 가족을 보고 내 가족이란 생각이 들었고 무조건 구하자는 같은 마음으로 합심해서 한 그룹처럼 잘 구하게 됐습니다.]

[기자]
굉장히 당연한 일을 했다, 이런 표정으로 담담하게 얘기를 이어갔는데요. 미군 6명에서 7명 정도가 주로 주도해서 이불을 잡았고 한국인 1명도 같이 이불을 잡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제 그 주민도 저희가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그 주민도 한번 직접 목소리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정민 /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 이불 보니까 다 같이 그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받아야겠다….]

[기자]
그냥 받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갑자기 이불 달라고 해서 줬던 이불가게 주인, 그분도 만나봤다고요? 이불가게 주인도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갖다 쓰라고.

[기자]
그렇습니다. 이불가게 주인이 모두 건넨 이불이 총 24장이었다고 합니다. 잘못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 그 위급한 상황에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가장 두껍고 큰 이불 먼저 가져와야겠다라고 해서 빨리 미군들에게 건넸다고 하는데요. 이불가게 주인도 한번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수 /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 잘못 추락했다가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까 제일 먼저 제일 큰 이불을 줬고 다 팽팽히 잡은 상태에서 떨어지는 걸 구조했죠.]

[기자]
이렇게 말한 대로 가장 큰 이불을 먼저 갖고 나오고 되는 대로 들어가서 계속 이불을 공급을 했다고 해요. 그러고 나서 세어 보니까 24장이었다고 하는 건데요. 이불 하나, 담요 하나당 3만원에서 5만원 정도라고 해서 한 100만원어치 정도 된다고 합니다.

[앵커]
그거 가격 따질 겨를이 없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냥 있는 대로 가지고 왔다고 하는데 나이지리아 여성이 실제로 잘 알던 여성도 아니었고 옆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였다고 해요. 그래도 그렇게 이불을 갖다준 건데 지금 핏자국도 남고 냄새도 배고 해서 검은봉지에 보관만 한 상황인데 시에서도 나와서 조사할 예정이라서 이불은 그냥 보관중이라고 합니다.

[앵커]
정말 큰일들 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 하셨어요. 구조된 분 가족들은 뭐라고 얘기하시나요?

[기자]
구조된 가족들은 다행히 연기를 마신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거 말고 큰 부상은 없어서 무사히 은신처에 대피 중입니다. 지인의 집에 임시거처를 마련해서 거주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굉장히 생글생글 모습이었고 아이들은 다행히 무사한 모습이었고요. 엄마도 조금은 불편해 보이기는 하는데 크게 다치지 않고 건강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계속 구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는데요. 한번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에니오코 / 평택 화재 피해자 : 이불을 들고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을 보자마자 믿음이 갔고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구해지게 됐습니다.]

[앵커]
저 아이들은 지금 왜 그래 하면서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저 얘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더 고마워 하겠습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힘을 합치면 이렇게 생명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희경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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