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옥시, 시장서 살아남기 위해 벼랑 끝 공식사과

[신율의출발새아침] 옥시, 시장서 살아남기 위해 벼랑 끝 공식사과

2016.05.02. 오전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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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출발새아침] 옥시, 시장서 살아남기 위해 벼랑 끝 공식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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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5월 2일(월요일)
□ 출연자 :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


-대형마트, 옥시제품 판촉행사, 짧은 윤리의식 드러나
-사람 생명 관련 제조업체, 사회적 책임 더 커
-옥시, 시장서 살아남기 위해 벼랑 끝 공식사과
-수많은 사망자 낳은 제품, 신뢰 잃는 것 당연
-옥시 제품 판매 후 생각짧았단 마트 측 사과, 안이해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매매, 폭스바겐 사건도 윤리의식 문제 돼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어
-기업 사회적 책임, 지극히 상식적인 것 지키면 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위해성 검증 절차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옥시'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뤄지고 있죠. 그런데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대형마트에서 "옥시 제품 판촉행사"에 나섰다가 ‘생각이 짧았다’며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졌죠. 저도 이거 보면서 ‘도대체 생각이 있는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도대체 기업의 윤리의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을 맡고 계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희석 교수 전화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서희석):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지금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문에 옥시에 대해서 소비자들도 불매운동을 하고, 약사 분들도 불매운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 서희석: 네, 그렇습니다.

◇ 신율: 그런데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대형마트에서 1+1 대규모 판촉행사를 벌였다가, 물론 중단했습니다만, 이거 어떻게 보세요?

◆ 서희석: 말씀해주신 대로 기업의 윤리의식이 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면 된다는 짧은 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면 되겠죠.

◇ 신율: 그런데 이게 윤리의식도 윤리의식이지만, 지금 자신들이 사과하고 피해 보상발표도 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윤리의식까지 가지 않고, 자신들이 한 행위의 앞과 뒤가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요?

◆ 서희석: 네, 그렇습니다. 윤리의식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유해성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왜곡하거나 조작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한 회사의 기업 윤리나 사회적 책임이 다른 기업보다 훨씬 더 크고 엄격하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만일 수익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람의 생명은 어찌되어도 상관없다, 이런 윤리 의식을 가진 기업이나, 또는 그런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또 있다면, 그건 시장에서 이미 존재가치가 많은 부분 상실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 신율: 네, 물론 이 기업들이 알고서 그랬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사건이 불거졌고,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났고, 그 피해자들한테 본인들이 피해보상 발표도 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면 거기에 걸맞은, 앞뒤가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이해가 안 간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옥시 측이 오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죠?

◆ 서희석: 네, 그렇습니다. 지난 21일에 공식 사과가 있었죠. 50억 원 규모의 지원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는데, 열흘 뒤인 오늘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신율: 그런데 궁금한 점이, 이게 5년 전에 발생한 거예요. 만일 스스로가 보다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갖거나, 피해자들한테 아주 죄송한 마음을 가졌다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대통령도 언급하기 전에 본인들이 먼저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 서희석: 네,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그런 점을 인정해버리게 되면 책임 문제가 상당히 심각했을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숫자가 몇 백만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단 사과를 하고 책임을 인정하면 뒷수습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지금까지 늦춰온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신율: 네, 그래서 늦춰왔다. 그런데 지금 수사가 시작되니까 지금 한다는 건 뭘까요?

◆ 서희석: 결국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한 거겠죠. 소비자들이 불매운동까지 나서는 마당에 사과를 안 했다가는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생각까지 했을 것입니다.

◇ 신율: 네, 그런데 일각에선 이런 이야기도 나와요. 가습기 살균제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같은 회사의 다른 물품까지 판매하지 말라는 이야기냐? 불매운동은 도가 지나친 거 아니냐? 이런 부분의 주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 서희석: 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는 그와 같은 생각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는 좀 달리 봐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망자가 세 자리 숫자로 나온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의 제품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죠. 옥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은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기업에 대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고요. 그런데 그런 회사의 제품을 할인 행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죠. 더욱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에는 사망자를 낸 자사 브랜드 제품을 판매했고, 이에 대한 사과까지 한 상황입니다. 생각이 짧았다거나 신중하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지나갈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사건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업들도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신율: 그런데 이렇게 사회적 분위기라든지, 자신들에게 쏠린 시선 같은 것을 의식하지 못한 행태로 문제가 되었던 기업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다른 사례도 있죠?

◆ 서희석: 다른 사례가 무수히 많죠. 그런데 최근에 일어난 사건만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리자면, 우선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매매 사건과 그리고 폭스바겐 사건을 들 수 있겠습니다. 홈플러스 사건의 경우에 경품응모라는 명목으로 수집한 개인정보 712만 건을 보험회사 7곳에 판매해서 148억 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현재 형사사건 2심에 진행 중에 있습니다. 폭스바겐 사건은 잘 아시는 것처럼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가동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건인데요. 소비자들에게는 마치 친환경차 인 것처럼 광고했지만 사실 전혀 달랐던 것이고, 지금 미국 등에서 대규모 집단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신율: 네, 그런데 폭스바겐 같은 경우에는 외국 기업입니다만, 특히 우리나라 기업한테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이게 결국 좀 안하무인적 태도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가요? 왜 그러는 거죠?

◆ 서희석: 기업의 이윤만 생각하는 짧은 생각 때문이겠죠. 21세기에는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않은 기업은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식을 갖지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 기억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일 먼저 내세운 기업이 나이키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 서희석: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요.

◇ 신율: 제3세계에서 아동노동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이키가 사죄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고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는데요. 이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가는 문제도 아니거든요. 그냥 본인들의 생각대로, 사죄를 했으면 사죄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 이게 힘든 모양이에요. 이걸 고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사회적 책임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거든요.

◆ 서희석: 네, 거창하게 말씀드려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사회자 분께서 말씀하신대로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면 충분히 될 수 있을 텐데, 그것마저도 안 하는 게 문제겠죠. 제 생각에는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안전 관련 법규를 스스로 지켰다면 안전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다면, 그 순간에 제조와 판매를 그만두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한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지키지 않은 데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신율: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옥시가 어떤 기자회견을 하는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서희석: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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