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조 원대 다단계 업체 "환급세금 손대지 마"

단독 2조 원대 다단계 업체 "환급세금 손대지 마"

2016.05.02. 오전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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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다단계 수법으로 무려 2조 원대 피해를 낳았던 업체가 있었습니다.

최근 부가가치세 납부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국세청으로부터 천9백억 원이 넘는 세금을 돌려받게 됐는데요.

다단계 대표 측에서 8백억 원을 먼저 받겠다며 회사에 채권을 설정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다단계업체 DK코퍼레이션의 상품목록과 수당 표입니다.

남성 정장 1벌에 3천8백여만 원, 반코트는 5천만 원.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물건을 사면 상품가격의 170%를 수당으로 준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 회원들의 묻지마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A 씨 / 다단계 피해자 : 처음에는 물건도 주고 수당도 주고 이렇게 시작을 하더라고요. 한두 달은. 그러더니 마케팅을 계속 바꾸더구먼.]

하지만 줘야 할 수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자본이 잠식되고 대표 장대진 씨마저 구속되면서 결국 회사는 파산했습니다.

피해자는 2만8천여 명, 피해 금액은 2조 원대로 추정됩니다.

[B 씨 / 다단계 피해자 : 지금까지도 이자를 물고 있어요. (어디에요?) 은행에다가 왜냐하면 금방 돈이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융자까지 받아서 했단 말이에요.]

논란은 이 회사가 잘못 냈던 세금 1,900여억 원을 소송을 통해 돌려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피해자들은 투자한 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지만 기쁨도 잠시.

누군가 DK코퍼레이션에 9백억 원 가까운 채권을 설정해 놓은 건데, 이들이 모두 장 대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입니다.

이 채권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장 대표의 누나는 회사에 빌려준 돈 110억 원을, DK 측을 도운 대형 로펌과 변호사, 회계사들도 180억 원을 먼저 가져가게 됩니다.

또 500억 원 넘게 받을 돈이 있다고 주장하는 주식회사 2곳도 알고 보니 장 대표의 누나가 대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이 먼저 돈을 가져가 버리면 피해자들에게 돌아올 몫은 반 정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강민기 / 다단계 사건 피해자 대표 :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자에 이자를 내고, 자살하고 그런 상황인데 있지도 않은 채권을 가지고 시간을 끌면서 몇 년씩 (재판을) 하니까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다행히 DK를 관리하는 파산관재인도 변호사 비용 110억 원을 제외한 8백억 원은 근거가 없는 채권으로 보고 있지만,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손수호 / 변호사 : 이 금액은 회사에 대한 기존 채권자 그리고 피해자들이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채권액에 비례해서 나눠 갖게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들이 이 세금에서 더 많이 가져갈수록 피해자들이 받아갈 수 있는 배상액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온갖 감언이설로 회원들을 현혹하고는 자신의 배만 불린 회사 대표 측이 편법으로 남은 돈마저 챙기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피해자들의 멍든 가슴이 다시 상처받고 있습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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