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송년회 갔다가 맨홀에 빠져 사망...업무상 재해일까?

[판결] 송년회 갔다가 맨홀에 빠져 사망...업무상 재해일까?

2016.05.01. 오전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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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30대가 이웃 팀 송년회에 초대받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맨홀에 빠져 숨졌습니다.

법원은 음주를 강요하거나, 권유하지 않았더라도 과음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뒀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3년 12월, 당시 36살이었던 장 모 씨는 이웃 팀 송년회에 초대받았습니다.

임신 중인 아내를 생각해 참석을 망설였지만, 나머지 팀원들이 모두 사정이 있다고 하자 잠시라도 자리를 채우려 회식자리로 향했습니다.

회식이 끝나기 전인 저녁 7시쯤 서둘러 회식 장소를 나선 장 씨.

그런데 이튿날, 장 씨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술에 취해 집으로 가다가 뚜껑이 열려있던 온천 공사현장 하수구 맨홀 속으로 떨어진 겁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장 씨 소속 팀 회식이 아니었던데다가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받는 상태였다고 볼 수 없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장 씨가 소속 팀이 아닌 다른 팀의 송년회에 참가한 뒤 숨졌지만, 서로 긴밀한 협조·보완 관계에 있던 팀이라 회식에 초대받았고, 회사 측도 송년회를 공식행사로 인정한 점 등을 들며 장 씨가 근로자로서 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규동 / 서울행정법원 공보관 : 근로자가 사업장 밖의 회식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에도 여전히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생겨 사고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법원은 또 업무상 회식에서 과음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둔 이상, 음주를 강요하거나 권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음주로 인한 사고를 개인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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