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조형물 설치 20년...다양성 부족에서 자기모방까지

공공 조형물 설치 20년...다양성 부족에서 자기모방까지

2016.03.01. 오전 09: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공공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건축비의 일부를 미술작품 설치에 쓰도록 하는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1조 원이 넘는 돈이 공공조형물 설치에 쓰였지만, 다양성과 개성이 부족한 작품이 양산되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함형건 기자가 공공조형물의 문제점을 데이터로 분석했습니다.

[기자]
잘 만든 미술조형물은 그 자체로 도시의 얼굴을 바꿔놓는 훌륭한 상징물입니다.

하지만 개성과 창의성마저 의심되는 작품이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2015년 11월 16일 YTN 뉴스 방송 : 서울시가 상암동에 IT 콤플렉스를 짓고 있는데,여기에 설치될 미술작품이 모작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선된 여성작가의 작품이 남편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겁니다.]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이 전국에 설치된 만 3천여 점 공공조형물의 문제점을 분석해봤습니다.

조각이 80%로 장르의 쏠림 현상이 심했습니다.

공공조형물의 주제와 제목도 분석했습니다.

가장 흔한 제목이 '가족', 다음이 '비상' 그리고 '화합'의 순서인데요.

이런 제목을 가진 조형물 위치를 살펴봤습니다.

워낙 많다 보니 대도시마다 빼곡히 들어 차 있죠.

경남의 한 동네는 흔한 제목의 조각이 9곳이나 있어서, 아파트 단지 건너 하나씩 비슷한 주제의 조각을 보게 됩니다.

사실 이건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작가 분포를 보면, 공공조형물을 가장 많이 만든 작가가 129점을 제작했고, 한 사람이 1년에 20점 이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취재팀이 미술평론가 최병식 교수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다작 작가 50명 중 29명의 작품 94점은 자기 모방이 의심됐습니다.

서로 다른 광역시도에 설치된 동일한 작가의 작품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거나, 아예 같은 지역에 설치된 두 작품이 빼닮은 경우도 확인됐습니다

[최병식 /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 (작가가) 스스로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연작 시리즈로 반복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3점 이상의 작품을 거의 동일하게 반복하는 건 자기 표절적 현상이 굉장히 강한 것이죠. 작가 스스로의 양식의 문제이고 심의 과정에서도 철저히 걸러내야 하는 그런 부분이 아닌가…]

작품 당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공공조형물 시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전국적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이제라도 심사과정에, 작가의 지연·학맥과 무관한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해당 작가의 과거 작품까지 검토해, 보다 독창적인 조형물이 선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