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정겨운 '작은 박물관'

우리가 만든 정겨운 '작은 박물관'

2015.11.28. 오전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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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웬만한 도시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박물관이 있죠.

그런데 이런 큰 박물관이 아니라 가족이 만들고, 동네 주민이 만든 '작은 박물관'도 하나둘 생기고 있습니다.

이상순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인천 남구 용현동 초고층 아파트 숲 가운데에 작은 컨테이너 사무실 두 개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토지금고'를 열다!

희한한 이름의 동네 '토지금고'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동네박물관입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습니다.

LH의 전신인 '토지금고'가 원래 폐염전이던 곳을 1976년 이후 택지로 개발하면서 아예 동네 이름이 '토지금고'가 된 겁니다.

박물관에선 이런 역사는 물론 지금의 아이들이 바라보는 정겨운 동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민재, 마을박물관 큐레이터]
"토지금고라는 동네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되면 좀 더 동네에 대한 자긍심도 있고, 또 소통도 더 잘될 것 같고…."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 3대가 문을 연 박물관도 있습니다.

박물관의 주인공은 16살 나이로 6.25에 참전한 할아버지입니다.

[이경종, 16살 때 6.25 참전(82세)]
"(군대 시절 휴가) 와보니까는 다른 친구들은 인천고등학교 1학년이 돼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그런데 나는 군인이지 뭐야 학생군인이지 뭐야…. 군대는 내가 안 가도 되는 건데 내가 가서 이런 고생을…."

1950년 12월 18일 흰 눈이 오던 날, 이경종 할아버지 등 3천여 명의 학도병이 군에 입대하기 위해 부산으로 떠납니다.

2천여 명은 실제로 입대해 북한군과 싸웠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날 무렵 이 중 208명은 결국 전사하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규원, 이경종 할아버지 아들]
"어린 나이에 내가 군대 가서 나라를 지켰는데,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서 궁금한 게 많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분들을 한분 한분 만나 뵙고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시죠, 해서 시작했는데…."

지난 1996년 이렇게 찾기 시작한 자료가 이젠 박물관 1, 2층을 가득 채우게 됐습니다.

이들 3대는 그동안 모은 구술 자료를 정리해'인천 학생 6.25 참전사'라는 사료집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YTN 이상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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