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조기교육, 학교 교육 부실 초래"

"한글 조기교육, 학교 교육 부실 초래"

2015.10.09. 오전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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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부모님들, 아이가 적어도 한글만큼은 읽고 쓸 수 있도록 미리 가르친 다음 학교에 입학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는 한글 가르치기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아도 돼 체계적인 한글 교육이 부실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우철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5살 정원이가 엄마에게 한글을 배웁니다.

서툴지만 한 글자씩 열심히 따라 쓰고, 소리 내 읽어도 봅니다.

당초 정원이 부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워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바뀌었습니다.

[표선주, 서울 자양동]
"다른 아이들은 벌써 동화책을 혼자서 읽더라고요. 제가 아무런 교육을 하지 않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에서 많이 뒤처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심지어 일부 부모들은 학습지나 학원 같은 사교육으로도 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이미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상태로 학교에 들어오다 보니 학교로서는 한글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체계적인 한글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기 한글 교육이 부실한 학교 교육으로 이어지고, 부실한 학교 교육이 다시 부모들의 불안함과 조기 교육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글을 반드시 취학 전에 가르칠 필요는 없다며 무리했다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언어에 대한 흥미와 창의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형편이 안 돼 한글을 깨우치지 못하고, 입학하는 아이의 경우는 공교육인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까지 학습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수진, 대구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국어 교육이 도구 교과라 읽기와 쓰기를 못하면 다른 교과의 학습이 어려워지고, 미처 한글 습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교과의 진도를 나가다 보니 부진이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기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부모의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제대로 된 한글 교육의 첫걸음이라는 지적입니다.

YTN 우철희[woo7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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