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수가 제자 몫 산학지원금 횡령"...학교는 입막음

단독 "교수가 제자 몫 산학지원금 횡령"...학교는 입막음

2015.09.14. 오전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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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국립대 공대에서 교수가 산학협력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제자들의 인건비를 빼돌린 것은 물론 허위로 연구비를 타냈다는 것인데 의혹이 일자 교육부가 감사에 나섰습니다.

김승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전의 한 국립대 공대 이 모 교수 연구실이 받아 온 산학협력 지원금 내역입니다.

지원기관들은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했습니다.

매달 많게는 200만 원이 넘습니다.

돈은 모두 개인 계좌로 들어왔지만, 학생들은 손도 댈 수 없었습니다.

통장을 연구실에서 일괄 관리했고 출금 권한은 교수에게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는 한 달에 30만 원만 주어졌습니다.

[A 씨, 해당 연구실 소속 학생]
"돈이 얼마 들어오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회계하는 학생밖에 없고요. 자기 통장이 어떻게 쓰였는지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나머지 돈에 대해 이 교수는 연구 활동과 학생 지원에 썼다고 주장합니다.

[이 모 교수, 국립○○대학교]
"저도 제 나름대로 학생들한테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고, 여러 가지 가르쳐주려고 각종 학회도 끌고 다니고…."

학생들은 이에 대해 이 교수가 자신들의 인건비를 마음대로 썼다고 주장합니다.

또 허위 출장이나 지인들 이름으로 '전문가 자문료'를 청구해 지원금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모든 돈을 현금으로 찾도록 한 뒤 사용했다는 겁니다.

[이 모 교수, 국립○○대학교]
"영수증이 우연히 찾아진 거는 (교육부에) 제출했고요. 못 찾은 것은 말 그대로 흔히 말해서 정황상 갔겠다고 혹시 인정해줄까 해서 한 것도 있고요."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불투명한 셈입니다.

[김정철, 변호사]
"원칙적으로 자신이 어디에 사용했는지 용처를 밝히지 못한 경우에도 판례에 따르면 불법 영득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 횡령 혐의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립대 감사 과정에서 의심 정황을 포착한 교육부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르면 이달 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YTN 김승환입니다.

[앵커]
교육부 감사가 시작되자 해당 교수는 물론 동료 교수들과 대학까지 나서 학생들을 회유하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학 내 교수와 학생의 '갑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어서 최민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교육부 감사가 시작되자 학생들을 상대로 한 회유와 압력도 시작됐습니다.

이 교수는 연구실에 있었던 학생들에게 입을 맞춰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모 교수, 국립○○대학교]
"인건비 받았다고 하고, 통장 관리 누가 했느냐고 하면 네가 했다고 하고, 얼마 받았는지 기억하느냐고 하면 60~70만 원은 받은 것 같다고…."

동료 교수는 연구에 필요한 모든 여비를 제대로 지원받았다는 확인서를 쓰라며 압박했고, 대학 산학협력단에서는 학생들의 졸업을 빌미로 협박까지 했습니다.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 국립○○대학교]
"너희 교수님이 있어야 너희도 있고, 학교도 있고 그런 거다. 너 졸업도 걸렸잖아. 너희가 편안한 관계가 아니야. 강압적인 상하관계야. 선생님하고…."

대학 측은 교육부 감사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는 등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가 제대로 조치할 거라는 기대조차 버렸습니다.

[A 씨, 해당 연구실 소속 학생]
"학생 입장에서는 졸업하려면 졸업논문 패스해야 하는데 결정권이 교수한테 있거든요. 그래서 학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하라는 대로 하고…."

대학과 교수들의 이런 횡포는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설문 조사 결과 교수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학생 10명 중 7명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학점 등 불이익이 우려되고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거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적극적으로 상담도 받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대학원생 권리장전' 등 학교, 교수, 학생들이 다 같이 학문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 같이 선포하고 노력하는…."

'갑을 관계' 속에 반복되는 대학 내 부조리, 드러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합니다.

YTN 최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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