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가려고 아들 숨지게...대법 "살인은 아니라도"

PC방 가려고 아들 숨지게...대법 "살인은 아니라도"

2015.09.02.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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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PC방에 가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어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비정한 20대 아버지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대법원이 사실상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이강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눈에 봐도 앳된 모습의 20대 청년.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머리까지 매만지며 태연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손에 든 가방 안엔 28개월 된 아들의 시신이 들어 있었습니다.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려 했지만, 아들이 잠을 자지 않자, 가슴을 여러 차례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아들을 숨지게 했다는 게 수사 결과였습니다.

더구나 아들의 시신을 한 달가량 베란다에 내버려 놓기도 했습니다.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비정한 아버지' 23살 정 모 씨에게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형량을 큰 폭으로 줄여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겁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사망원인이 '질식'이었다는 명확한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숨진 아들이 전기와 난방이 끊긴 집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만큼 천식 등 지병 때문에 돌연사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폭행치사나 상해치사죄로 처벌할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이는 만큼, 다시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애초 아들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더라도 정 씨의 폭행이 사망 원인이 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취지입니다.

또, 정 씨가 사건 당일, 유아살해와 유아살인 등 의심스러운 인터넷 검색에 몰두했던 점도 고려됐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비정한 아버지 사건은 공소장 변경 등의 과정을 거쳐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한 번 법정공방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YTN 이강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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