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자살 자매..."시효 지나 배상 안 돼"

성폭행 자살 자매..."시효 지나 배상 안 돼"

2015.09.01. 오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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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르바이트를 하다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한 젊은 여성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권했던 여동생 역시 죄책감에 죽음을 택했고 이 과정에서 한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이 자매의 어머니가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졌습니다.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A 씨는 연예인을 꿈꾸던 동생 B 씨의 권유로 지난 2004년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 직원들이 A 씨에게 접근하더니, 자신들의 지위를 악용해 성폭행을 시작했습니다.

현장 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 등이 지방에 있는 촬영지 숙소나 모텔 등에 A 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았습니다.

반항할 경우 어머니를 살해하거나, 동생을 팔아넘긴다는 등 협박도 이어졌습니다.

A 씨는 결국 수사 기관에 해당 직원들을 고소했지만, 진실을 밝히기가 힘들고, 다시 그 사건들을 기억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2년 만에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이후 A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다 2009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신 때문에 언니가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했다는 죄책감에 며칠 뒤, 동생 역시 언니를 따랐습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지난해 4월,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업체 직원들의 성폭행 혐의는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습니다.

A 씨가 일부 관리자들로부터 강간이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등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소송 제기 시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민법상 소멸 시효는 3년인데, 이번 소송이 A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 때로부터 9년 6개월가량, 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때로부터는 4년 6개월 지나서야 제기됐다는 겁니다.

딸들을 잃은 슬픔을 겨우 추스르고 뒤늦게 소송을 낸 어머니.

하지만 시효가 정해진 법의 한계 앞에 결국, 자매의 죽음을 부른 억울한 일은 단 한 푼의 손해배상도 없이 끝나게 됐습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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