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전쟁포로의 귀향길... “이념대결 없는 조용한 세상에 살고 싶다”

[신율의출발새아침] 전쟁포로의 귀향길... “이념대결 없는 조용한 세상에 살고 싶다”

2015.08.14. 오전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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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출발새아침] 전쟁포로의 귀향길... “이념대결 없는 조용한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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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5년 8월 14일(금요일)
□ 출연자 : 조경덕 영화감독

- 다큐멘터리 <리턴홈>... 중립국 택한 전쟁포로의 귀향
- 브라질에서 인도, 한국으로의 긴 여정 담아내
- 영화의 종착지는 북한... 현재로서는 방문 가능성 불투명

◇ 신율 앵커(이하 신율):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 아침, 이번에 나눌 이야기는 아주 특별한 귀향프로젝트를 담은 영화 이야깁니다. 무려 61년 만에 고향을 찾는 분들인데요. 6.25 전쟁 후에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택한 전쟁포로들의 이야깁니다. 일흔 여섯 명의 전쟁 포로들 중 십여 분 정도 살아 계시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조국 땅을 이제야 밟게 된 사연 들어보겠습니다. 영화 <리턴 홈>을 제작 중인 조경덕 감독,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조경덕 영화감독(이하 조경덕): 네, 안녕하십니까.

◇ 신율: <리턴 홈>,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드시게 되셨어요?

◆ 조경덕: 2009년 상파울로 국제영화제 직후에, 포로 분들 몇 몇 분을 뵈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분들이 우리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하셨고, 그로 인해서 자료들을 찾고,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뵙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신율: 상파울로 국제영화제에서 포로 출신 분들을 만나신 건 우연이었나요?

◆ 조경덕: 원래 그쪽에 갔을 때 교포 분들 중에 포로들이 이쪽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요. 그래서 그분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피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 신율: <리턴 홈>, 다큐멘터리인가요? 극영화인가요?

◆ 조경덕: 다큐멘터리입니다.

◇ 신율: 그러면 이 다큐멘터리는 이분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이분들이 과거 어떤 과정을 거쳤나,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거죠?

◆ 조경덕: 네, 포로 분들이 전쟁에 참여해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엄청난 살육의 현장,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요. 그 다음에 판문점에서 중립국을 선택해야 했던 고민, 그 다음에 인천항을 떠나서 인도에서 2년 동안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를 기다렸던 시간들, 그리고 브라질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듣고 있습니다.

◇ 신율: 이분들이 브라질, 남미로만 간 것이 아니고, 인도로도 가시고, 여러 나라로 간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 조경덕: 네, 중립국을 선택했을 때, 중립국 송환국인 인도로 모두가 떠났고요. 거기서 2년 동안 기다리면서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받아줘서 떠났는데, 몇 몇 분들은 인도에 잔류하게 되었습니다.

◇ 신율: 그러면 이 포로 분들은 대부분 3개국, 인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이 세 개 국가에 대부분 계시는 거군요?

◆ 조경덕: 그쪽 나라에 있다가 2차 이민으로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신 분들도 있고요. 인류에 잔류했던 사람 중에는 북한으로 송환 된 사람도 있고요.

◇ 신율: 송환이 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 조경덕: 2년 동안 기다리면서,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가 나타나지 않다보니까, 북한으로 다시 되돌아간 선택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 신율: 본인의 자유 의지에 의해서 되돌아갔다는 말씀이시군요?

◆ 조경덕: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있다가 한국으로 와서 인생을 마감하신 분도 있습니다.

◇ 신율: 아, 우리나라에 다시 돌아오신 분도 있고요?

◆ 조경덕: 네, 그렇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지금 생존해 계신 분이 한 10여분이라고 하던데, 맞죠?

◆ 조경덕: 네, 맞습니다.

◇ 신율: 조 감독께서는 이 분들을 다 만나보셨어요?

◆ 조경덕: 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분들도 있지만, 그 당시, 제가 찾아뵐 당시에 생존해 계신 분들은 다 찾아뵈었습니다.

◇ 신율: 작업을 굉장히 오랫동안 하신 것 같은데, 몇 년을 하신 거예요?

◆ 조경덕: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했으니까, 6년째 하고 있습니다.

◇ 신율: 진짜 아주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영화를 찍으셨네요. 그러면 이게 완성은 언제 되는 건가요?

◆ 조경덕: 완성은 할아버님의 여정이 끝나야 촬영이 끝날 것 같은데요. 지금 브라질에서 출발해서 인도를 거쳐서 한국에 들어오셨거든요. 그분들이 거쳐 가셨던 곳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역으로 거슬러 왔는데요. 마지막 단계인 고향 방문에 대한 부분이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해서, 그것들을 찾아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 신율: 이분들이 지금 고령이시죠?

◆ 조경덕: 네, 80대 중반 정도 되셨죠.

◇ 신율: 네, 요새는 오래들 사시지만, 그래도 고령은 고령이신데요. 그렇게 인도를 거쳐서 우리나라까지 오시는데 힘들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어요.

◆ 조경덕: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쳐서 오셔서, 왜 떠났나? 이런 고민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많이 체력이 부치세요. 워낙에 한국이 덥다보니까요. 인도도 너무 더웠고요. 그런데도 강행군을 해서 각 지역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그러면 그 여정이 대충 언제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 조경덕: 지금 남한까지 들어와서, 거제도 수용소, 판문점까지 다 둘러봤고요. 그런데 이제 고향 땅은 이북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곳을 방문할 수 있을 지 여부는 타진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 신율: 그런데 이분들이 결국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남한도 북한도 아니고 제 3국행을 선택했던 이유, 사실 대부분은 우리나라에 남거나 북한으로 돌아가거나 했거든요. 이분들은 전쟁이 지긋지긋했던 거죠?

◆ 조경덕: 그렇죠. 이념, 사상 대결이 없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망이 있으셨던 것 같고요. 휴전이다 보니까 또 다시 전쟁이 나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 그리고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가까이 두고 보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멀리 떠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이유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신율: 대부분은 성공하셨을 것 같지만, 어쨌든 지금 인도를 거쳐서 우리나라까지 오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이 여정의 끝은 북한으로 가는 건가요?

◆ 조경덕: 목표는 그렇게 잡고 있습니다.

◇ 신율: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 조경덕: 현 단계에서는 아직까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죠.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신율: 접촉은 해 보셨어요?

◆ 조경덕: 브라질에서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고요. 여러 차례 방문을 하고 의사전달을 했는데, 아직까지 회신이 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 신율: 아마 북한은 또 이분들을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요?

◆ 조경덕: 글쎄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최고위층에서 알아야 이런 부분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조차 알고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 신율: 상당히 답답하실 텐데요. 어쨌든 이 영화가 잘 마무리 되어서 저희도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단순히 영화로서의 가치도 물론 높겠지만, 역사를 다시 일깨운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끝까지 잘 마무리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경덕: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영화 <리턴 홈>의 조경덕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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