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으로] "때릴수록 단단하게"...60년 담금질 대장장이 父子

[사람 속으로] "때릴수록 단단하게"...60년 담금질 대장장이 父子

2015.07.05. 오전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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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옛날에는 시골에 가면 동네마다 대장간 하나씩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발갛게 달궈진 쇠를 내리치던 아련한 풍경, 요즘은 좀처럼 볼 수가 없는데요.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 기획 '사람 속으로', 60년 세월 옛 방식 그대로 망치를 쥐고 있는 대장장이 부자를 최민기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망치 소리가 아침 골목을 깨웁니다.

[박경원, 도심 대장간 대장장이]
"대장장이들은 더운 게 좋아. 땀이 이렇게 나야 몸이 홀가분해. 가뿐해."

발갛게 달군 쇳덩이를 망치로 내리치고 다시 달구기를 수차례.

쇠붙이에도 손맛이 가야 합니다.

[박경원, 도심 대장간 대장장이]
"프레스로 탁 자르고 갈아서 칼을 만들었다, 그러면 쇠는 좋아도 드는 맛이 없어. 두드려서 칼로 만들어서 (음식을 썰면) '사박사박', '삭삭' 드는 소리가 나요."

[이용덕, 10년 단골 손님]
"다른 데는 좀 다르더라고요. 재질이 좀 (별로고) 여기 게 제일 좋더라고요."

6.25 전쟁통에 배운 대장장이 일.

마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대장간은 지난 60년 동안, 세월보다 빠르게 사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이곳만큼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박경원, 도심 대장간 대장장이]
"아들하고 같이 하면 내 마음을 아니까. 남하고 같이하면 그 사람 나올 동안 물건 하나라도 더 만들려고 기를 쓰지만, 아들하고 하면 천천히…."

오히려 아들까지 함께하면서 망치질에 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박경원, 도심 대장간 대장장이]
"몸에 익었으니깐 일만 하면 힘든지 모른다는 얘기야. 그러니깐 무조건 뭐 힘들다 그런 거 아니야. 우리 아들은 힘들겠지. 망치질하니깐."

[박상범, 도심 대장간 대장장이 2대]
"나는 이제 막 큰 망치로 내리치고 이렇게 해야 하니까 나는 힘들 수밖에 없고. 아버지는 집게로 잡고 이렇게 하는 거니까 힘은 더 적게 들지."

땀 흘린 자리에 찍는 대장간 표식.

60년 외길 인생의 발자취입니다.

[박경원, 도심 대장간 대장장이]
"물론 힘 안 들이고 가만히 앉아서 돈 많이 벌면 좋겠지. 근데 사람은 움직여야 해요. 그리고 움직이면서 버는 돈이 진짜 돈이야."

한때 고생길 같았던 나날들, 지금 와 돌이켜보면 추억을 빚기 위한 인생의 담금질이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두드려 온 정직한 세월의 소리는 언제까지 울려 퍼질까요.

[박경원, 도심 대장간 대장장이]
"이담에 대장간 만약에 시킨다면 우리 외손주 있어. 군대 갔다 왔어. 근데 그놈이 게임만 좋아하지. 그래서 시키려면 그런 놈을 시켜야 해. 하나 맡아놨어. 하하하."

이 골목의 망치 소리는 지나온 60년이란 세월의 길이만큼이 앞으로도 이어질 듯싶습니다.

YTN 최민기[choim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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