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 된지 몇 달 만에...늦깎이 사무관들의 사연

사무관 된지 몇 달 만에...늦깎이 사무관들의 사연

2015.07.03.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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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무원 9명 등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관광버스 추락사고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중국 현지 경찰은 이 화면을 분석하고 버스 기사가 길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과속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다만, CCTV 영상이 운전석의 상황과 차량 결함 등 다른 부분까지 보여주지는 못해 과속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종합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금전 4시 30분 중국 연수를 떠난 공무원들 중사고 버스에 탑승하지 않았던 105명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귀국을 하지 못한 이들도 있는데요. 바로 이번 사고로 희생된 공무원들입니다.

희생된 공무원 대부분은 퇴직을 3~4년 앞둔 50대의 가장들인데요.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1985년, 인천시 서구청 한금택 사무관은 군대를 제대하고 글씨를 잘 쓰던 재주로 필경사라는 일용직 공무원으로 인천시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 후 1990년,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하고, 2012년, 일용직 공무원으로 시작한 지 27년 만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습니다.

한금택 사무관의 비보가 전해진 다음 날, 둘째 아들은 소방공무원 합격소식을 들었는데요.

아들의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부산시청 김태홍 사무관은 7년 전부터 매월 사회복지관을 찾아 노인들의 벗이 되어주며 사회복지사로 제2의 인생을 준비했었다고 하는데요.

1989년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7월 만 25년 만에 5급으로 승진했는데요.

그는 청백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봉사활동에 열성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김태홍 사무관의 비보를 전해 들은 복지관의 어르신들은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했습니다.

남양주시청 김이문 사무관의 별명은 '김박사'였습니다.

2011년 문화관광과장이 된 그는 직접 몽골까지 찾아가 공연 팀을 초빙했는데요.

그는 몽골문화촌을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키며,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리게 한 지역 축제 전문가였습니다.

지역주민들과 직원들에게 큰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리더십을 발휘했던 김이문 사무관.

때문에, 그의 안타까운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과 슬픔을 주고 있습니다.

춘천시청 이만석 사무관은 어려운 형편 탓에 생활비를 벌며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1980년 9급 공무원이 됐습니다.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02년 방통대 졸업장을 받기도 했는데요.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해오던 그도 32년 만에 5급으로 승진한 '늦깎이 사무관'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더욱 더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데요.

사고 수습은 조금 더뎌보입니다.

오늘 예정됐던 행정자치부 사고수습팀과 유가족 간의 첫 회의가 무산됐는데요.

행정자치부 상황대책반은 모든 유족이 현지에 도착하지 않은데다 대화를 나누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 회의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속히 사고 수습과 명확한 원인이 나와 유가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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