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대형 참사 2번은 더 겪어야 지금의 현실이 바뀔 것"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대형 참사 2번은 더 겪어야 지금의 현실이 바뀔 것"

2015.06.29. 오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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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대형 참사 2번은 더 겪어야 지금의 현실이 바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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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인터뷰]<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우리는 과연 바뀌었는가?">대형 참사 2번은 더 겪어야 지금의 현실이 바뀔 것-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6/29 (월) 오후 6시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20년 전이죠. 1995년 6월 29일이었습니다. 국내 최대 백화점이었던 삼풍백화점이 도심 한복판에서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500여 명이 숨지고 1,000명 가까이 부상을 당한 대형 참사였습니다. 부패한 기업의 부실 공사와 감독 책임을 저버린 행정 기관의 비리가 만들어낸 인재이자 최악의 참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대형 참사를 반복하고 있죠.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고 위기의 대응 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고 당시의 아픔과 교훈을 잊어버리고 말이죠. 왜 우리는 이런 후회를 반복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 뉴스! 정면승부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특집, ‘우리는 과연 바뀌었는가?’를 마련했습니다. 정말 우리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말씀 드렸지만 오늘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참사 20주기를 맞는 날입니다. 뉴스! 정면승부에서는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특집, ‘우리는 과연 바뀌었는가?’를 마련했습니다. 국내 최고의 방재 전문가시죠.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이하 조원철): 예. 수고 많습니다.

◇최영일: 이게 서울 서초구 서초동이었고요.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백화점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교수님, 사고 당시 기억 어떠십니까?

◆조원철: 저는 6월 29일이 저희 학교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학생들 성적을 마감해서 학교 컴퓨터에 입력하는 날입니다. 마감 날입니다. 그래서 마감 거의 다 끝날 때쯤 해서 뉴스를 듣고 ‘아, 건물 어디 모퉁이가 무너졌구나. 하는 것이었는데 계속 나오는 것을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시에 제가, 연대 토목과 제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게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할 일이 뭐냐.’ 우리 전문 기술자로서는 중장비, 건물이 무너졌기 때문에 중장비를 공급해야 합니다.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래서 크레인과 포크레인, 불도저, 그 다음에 콘크리트 덩어리를 깨는 브레이커 같은 것. 그것을 빨리 어느 곳에 누가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서 동원할 수 있는 준비를 그날 밤부터 했죠.

◇최영일: 아, 연락을 취하고 계셨군요.

◆조원철: 그렇죠.

◇최영일: 그러면요. 시간이 20년이 흘렀는데. 당시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게 된 원인, 어떻게 정리돼 있습니까?

◆조원철: 그건 한마디로 설계 잘못에다가, 그 다음에 시공 잘못이었습니다.

◇최영일: 네. 시공의 문제. 그런데 이후 일어난 대형 참사 역시 비슷한 원인들인데요. 세월호만 봐도 배를 증축했고요.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도 부실공사였지 않습니까? 그 부실시공 문제인데. 20년이 지났어도 왜 우리는 같은 원인의 대형 참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요? 교수님.

◆조원철: 우리가 해외 나가면 세계 최고의 시공력을 자랑하고 있거든요. 중동이나 또는 동남아에서.

◇최영일: 어마어마한 건물들을 짓잖아요?

◆조원철: 그렇죠. 세계적으로 다 인정을 합니다. 설계를 외국에서 해도 다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데, 국내에만 들어오면 왜 안 되느냐. 건설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간이라고 하는 요소하고 그 다음에 돈이라고 하는 요소인데. 돈도 절약하자, 시간도 짧게 하자. 이 두 가지가 다 돈의 문제거든요. 시간을 줄이는 것도. 그런데 돈을 합리적인 방법에서 절약하면 진짜 절약이지만.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빼먹는, 쉽게 얘기하면 빼먹는다는 사실이 현장에서는 너무나 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입니다.

◇최영일: 그게 부실, 비리.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겠죠. 또는 우리 문화에서 너무 빨리빨리 문화 아니냐.

◆조원철: 그리고 공사 현장 관리 제도에서 보면 우리가 ‘감리’라고 하는 책임 감리 제도가 있는데. 이게 건물주, 시설주가 발주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시설주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을 수밖에, 소위 갑을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아닌데 실질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를 빨리 바꾸는 노력이 우리가 필요합니다.

◇최영일: 맞습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제도적, 구조적 문제가 있을 텐데요. 교수님께서 저희 프로그램 제작진과 사전 통화할 때. 대형 참사는 두 번은 더 겪어야 지금의 현실이 바뀔 것이다. 좀 뼈아픈 말씀으로 들렸는데요. 이런 말씀 하셨던 것 어떤 의미셨나요?

◆조원철: 작년 1월 달에 소위 재난 전조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 여기에는 통계학자도 있고, 사회현상을 분석하시는 분도 있는데. 우리 11명이 모여서 작년 1년 동안의 어떤 국가적인 재난이 있을 것이냐. 나름대로 저희들이 근거를 가지고 9가지 내지 11가지 정도가 국가적인 재난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저희들이 예측을 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 근거를 가지고 있는데. 작년에 엄청난 재난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지를 않는, 못하는 생활 패턴이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한국 사람은 워낙 역동적으로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야 하기 때문에. 이게 이루는 것이 습관이 돼있어서 굉장히 역동적으로 사는데. 이 역동적이라는 말, 영어로 Dynamic이라고 하는데. 역동적이라는 말에는 반드시 뭐가 따르냐면 불안정이라고 하는 단어가 반드시 붙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래서 저희는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라고 칭해주시는데. 일반 시민들은 그것을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시려면 자기 생활에서 조금은 불편이 있더라도 그런 불안정을 생각하는, 그런 자세를 이제는 가져야 하는데. 앞으로 글쎄, 바라기로는 한두 건 내에서 확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역동성이 지나치다 보니까 한두 건 이상으로 갈 것 같습니다.

◇최영일: 그렇군요. 이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예요. 정부에서는 국립방재연구소를 열었었고요. 교수님께서 초대 소장을 지내지 않으셨습니까?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부 차원에서는 대형 참사나 재난에 대해서 대책들을 계속 내놓고는 있는데요. 방재 전문가로서 이 대책들이 제대로 세워져 왔다고 보십니까?

◆조원철: 우리가 보면 재난이라고 하는 것은 결과고, 그런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 여건, 조건들이 바로 재해거든요.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해를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재해 재난은 반드시 반복되는 속성이 가장 기본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인지를 해야 해요. 반복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예방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 없이 우리는 공직 사회에서 어떤 용어를 쓰냐면. 발본색원, 항구 대책, 뿌리 뽑는 정책. 이런 황당한 용어를 쓴다고요. 그러니까 정부가 한다고 했으니까 시민들은 믿지는 않지만 너희들이 책임져라, 하는 식이 우리가 지금 그런 인식이 굉장히 팽배하거든요. 그 다음에 이런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같은 것은 전부 시설 재해라고 하는데. 이 시설 재해는 현장 기능 관리 인력이 절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90년대 말부터 공업 고등학교, 공고가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전문학교도 다 없애버렸습니다. 그래서 현장 관리 기능 인력이 현장에 없습니다. 요즘 경영에서 말하는 아웃 소싱. 이것은 굉장히 시간이 걸리고 현장에 와서 문제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다 허리띠를 풀어버린 상태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전부 복합이 돼서 재난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설혹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관리하는 데에 굉장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영일: 그렇군요. 그것을 인식해야 할 텐데 말이죠. 자, 요즘에 서울 거리. 어느 지방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녀보면 고층 건물들이 정말 많고요. 사회 시설들 역시 매우 복잡한 구조로 얽히고 설켜있지 않습니까? 길을 다니셔도 저희 같은 일반인보다는 그런 부분들이 훨씬 더 눈에 들어오지 않으실까 싶은데. 전문가로서 정말 이 부분은 문제다. 그렇게 생각이 드시는게 어떤 부분이 있나요?

◆조원철: 이제 여름철, 장마철이 시작이 됐으니까 우리 시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고, 각 시와 구청의 직원들이 꼭 명심해야 될 게 하나 있습니다. 도로 옆에 보면 우수받이라고 해서 도로에 떨어진 물이 밑의 하수광구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들이 전부 있습니다. 그게 국제 표준 규격이 40cm 폭에 길이가 50cm인데. 우리 서울은 50cm를 가지고 실물 실험을 했더니 적어요. 그래서 최소한도 78cm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실용적으로는 지금 1m 짜리를 제작해서 공급하기 시작할 겁니다. 아니면 50cm 짜리를 두 개를 연이어서 쓰도록 하는 건데. 이게 관리하기가 굉장히 힘이 들어요. 왜냐하면 깨끗한 것 같이 보이는 도로도 비만 오면 각종 쓰레기, 특히 광고 코팅이 된 전단지들이 나와서 그것을 다 메꿔버립니다. 그러면 물이 못 들어가요. 그 다음에 인근 가게에서 냄새 난다고 해서 비닐 조각이나 카펫 조각으로 덮어버립니다. 그런데 비 올 때 그것을 열지 않아요. 그 다음에 냄새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를 서울시에서 돈을 들여 사서 장치를 해놨는데. 이게 90% 이상이 작동이 안 됩니다. 이런 문제가 있어서 도시 침수가 생기거든요. 이 장마철에 도시 침수가 생길 때는 우리 지나가던 시민들도 그것을 물길을 열어 주도록. 개방하는 것을 해야하고. 인근 가게 주인도 비 올 때는 냄새가 안 나니까 그것을 좀 열어주고. 또 구청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와서 문제가 있는 점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아서 서울시내에 상습 침수 지역이 많거든요.

◇최영일: 예. 교수님 말씀 듣고 나니까 충분히 이해가 가고요. 지나다니면서 매일 보는데도 그런 생각을 미처 못하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까운데요. 세월호 사고 1년 지난 상황에서 국민안전처의 특수재난실장은 공석이었었고요. 조직 구성도 미완성인 상태입니다. 이번 정부가 드러낸 가장 큰 문제점, 어떻게 지적하고 계세요?

◆조원철: 국민안전처를 설치하고 조직을 개편한 것은 전 잘했다고 봅니다. 아주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책임을 맡은 분들이 안전 관리에 대한 인식, 기본적인 개념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제가 전문 직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지금 장관님과 차관님이 군 장성 출신입니다. 두 분이 합치면 별이 7개인데. 이 분들은 일평생 동안 군작전을 해오신 분들이라서 모든 관리 개념이 아마 일반 국민들을 군인으로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일반 시민들과 군인들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행동 양상이 전혀 다르거든요. 이 다른 점을 인지해 주셔야 하고. 또 하나는 꼭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 우리가 가장 많이 논했던 단어가 현장입니다. 이 현장은, 그리고 컨트롤 타워라는 말이 있는데. 컨트롤 타워라는 것은 현장을 보면서 관리해 주는 겁니다. 우리가 공항에서 시작된 용어 아닙니까? 그러면 컨트롤 타워는 광화문이 아니고 시군구, 299개 시군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중앙정부, 국민안전처는 시군구의 안전 활동, 방재 활동, 안전 관리 활동을 지원해 주는. 소위 저희들이 말하는 방재 자원이라고 하는 정보, 인력, 물자, 장비, 기술. 이런 방재 자원을 공급해 주는 지원 사령부가 되어야 합니다. 지원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하는데. 광화문에서 현장을 지휘는 할 수가 없습니다. 현장을 모르니까요. 그리고 현장은 세 가지 특성이 있어요. 지리적으로도 특성이 있고, 그 다음에 각종 재난이 일어나는 재난 자체의 특성이 다 다릅니다. 그 다음에 그러한 재난 발생에 반응하는 지역민들의 반응 속도가 전혀 다릅니다. 이런 국지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현장이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중앙 타워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최영일: 재난의 컨트롤 타워는 현장이다. 이렇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참 오늘 좋은 말씀 들을 이야기가 많은데, 시간이 아깝네요. 교수님. 보니까 가방에 늘 검은색 비닐 봉지를 챙겨다니신다고 하는데요. 스스로 안전을 챙길 수 있는 도구, 어떤 것들이 있고 필요합니까? 알려 주세요.

◆조원철: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제가 꼭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이.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내 안전 문제를 대통령께서 국사에 바쁘신 분이 와서 지켜줄 수가 없습니다. 국무총리도 못 지키고, 국민안전처 장관도 못 지킵니다. 현재 제 주머니에 늘 갖고 다니는데. 오늘은 까만 비닐이 아니고 하얀 비닐, 모 제과 빵집 비닐인데. 코와 입만 가릴 수 있을 정도의 규격이면 딱 맞습니다. 여러분이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제가 한 번 쓰고 이야기를 해볼게요.

◇최영일: 제가 중개해 드릴게요.

◆조원철: 이 코와 입만 딱 가리면 화재든지, 가스가 누출됐을 때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굉장한 도움이 되는 봉지입니다. 이게 무엇이라고 못 갖고 다닐 사람은 없고. 구멍 가게, 편의점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물건 사면 주니까. 제일 작은, 코와 입만 가릴 수 있는 규격이면 딱 맞겠습니다.

◇최영일: 저도 꼭 갖고 다니겠습니다.

◆조원철: 갖고 다니세요.

◇최영일: 교수님. 오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조원철: 예.

◇최영일: 지금까지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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