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시민의식·깊어진 불신...메르스 사태 키웠다

편협한 시민의식·깊어진 불신...메르스 사태 키웠다

2015.06.27.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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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메르스 사태'는 단순히 감염병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냈습니다.

앞서 정부의 잘못된 초기 대응과 부실한 감염관리 시스템을 짚어봤는데요.

편협한 시민의식과 소통의 문제, 그리고 감염에 취약한 한국 특유의 간병 문화도 되짚어야 할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박소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메르스 첫 감염자 발생 한 달 남짓 만에 확진자가 180명을 넘어선 데는 위기를 증폭시킨 개개인이 있었습니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골프를 치러 간 강남의 50대 여성이나,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름 넘게 출퇴근한 공무원 등등으로 말미암아 관리대상자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의료진 통제를 무시하고 병원을 박차고 나가고, 심지어 증상이 있는 채로 제주도 여행까지 한 141번 확진자는 큰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
"자택에 대기하라고 하고 저희가 구급차를 출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택시를 타고 옆에 있는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가서…."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소장]
"의료진들한테 항의하고 집으로 갔는데 결과가 나온 다음에 저희가 집에 연락을 드려서 다시 병원으로 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거절했습니다."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병원의 의료진 자녀를 소외시키거나, 감염자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 또 메르스 완치자들마저 낙인찍어 피하는 모습까지 나타났습니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공생이 아니라 자신의 손해라고 받아들이는, 편협한 이기주의의 발로였습니다.

'불신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서로 믿지 못하는 인식도 깊어졌습니다.

여기에는 처음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언론과 소통하지 않은 정부도 한몫을 했습니다.

[전병율,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정부 당국이나 학계 전문가들이 질병의 특성이나 감염 경로, 그러한 내용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됨으로써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의료 체계의 문제도 되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특유의 간병 문화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감염을 더욱 확산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31개 병원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간병인 없는 병동, 포괄간호서비스의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이혜정, 보호자 없는 병동 수술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보다 더 편한 부분도 있었어요. 벨 하나만 누르면 (간호사가) 정말 2초도 안 돼서 와서 제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해주셨고…."

[박병규, 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포괄간호서비스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늘어나는 간호 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가족이 입원했을 때는 간병 문제는 병원에 맡길 수 있다는 국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막연한 공포와 불안이 사회 전체를 뒤덮은'한국형 국가 의료재난'이 되어버린 메르스.

자신 만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 변혁과 시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함께 이뤄져야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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