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으로] "함께 사는 삶을 꿈꿔요" 청년 주거 문제 활동가

[사람 속으로] "함께 사는 삶을 꿈꿔요" 청년 주거 문제 활동가

2015.06.19. 오전 05:0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집은 원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빠른 도시화가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주거비가 치솟으면서 생존의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기획, 오늘은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복원하려고 애쓰는 청년을 최두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임소라 씨는 주택협동조합에서 일하는 활동가입니다.

욕조를 사진 찍고, 창문도 열어보고, 수도꼭지도 한번 틀어봅니다.

집 안 곳곳을 꼼꼼히 점검하는 모습이 부동산 전문가 못지않습니다.

임소라 씨는 '달팽이집'을 찾고 있습니다.

생소한 개념인데, 다가구 주택을 임차한 뒤, 청년들에게 싼값에 다시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임소라,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
(집을 볼 때 어떤 점을 주로 보세요?)
"방의 개수가 적절해야 하고, 중간에 꼭 거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후보지를 찾느라 늘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임소라,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
(어떤 점이 가장 힘드세요?)
"명함도 툭 던져 놓기도 하시고 냉대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게 좀 어렵죠."

2년 전만 해도 임소라 씨는 학습지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좁은 반지하 방에서 지내며 예민해지고, 이웃과도 단절된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진로를 바꿨습니다.

[임소라,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
"원룸이나 고시원 같은 방이 사실은 (청년에게) 고립을 강요하는 형태잖아요. 고립된 형태가 아니라 적절한 환경이라면 공동체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달팽이집을 찾는 임소라 씨도 달팽이집에 삽니다.

고전 번역을 배우는 송현정 씨부터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김 강 씨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 열일곱 명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임소라,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
"우리끼리 한 번 집을 공급해 볼까, 우리 집을 만들어 보면 되잖아 하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주변 분들은 안된다는 얘기뿐이었죠. 청년도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오기로 시작하게 됐고요."

처음에는 비싼 집값을 아낄 수 있어 좋았지만,

[송현정, 달팽이집 입주자]
"다른 곳에서 생활할 때도 공동체 생활을 했어요. 여럿이 같이 사는 삶을 살면서 좋은 점 많이 느꼈고…."

지금은 이를 넘어 공간을 공유하고 삶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여서 더 좋습니다.

집의 '원래 의미'를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는 겁니다.

[김강, 달팽이집 입주자]
"단순히 우리끼리만 재미있게 사는 게 아니라 지역성을 가지고 마을 주민들과 같이 뭔가 해보자는 걸 꿈꾸고 같이 살아가고 있죠."

백만 명이 넘는 청년이 네 평 이하의 방에서 외롭게 사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들에게, 누군가와 살을 비빌 수 있고 왁자하게 떠들 수 있는 집을 돌려주는 게 임소라 씨의 꿈입니다.

[임소라,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
"집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리적이나 물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주어야 그걸 통해 집에 사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YTN 최두희[dh0226@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