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댕기머리 샴푸, 허가 '따로' 제조 '따로'...식약처 긴급 점검

단독 댕기머리 샴푸, 허가 '따로' 제조 '따로'...식약처 긴급 점검

2015.05.29. 오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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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명 샴푸 브랜드 '댕기머리'가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내세웠던 방식과 다르게 제조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방 성분의 추출 방식이나 원료 등과 관련해 식약처에 신고한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인데, YTN이 내부 문건을 단독으로 확보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방식으로 제조를 한 것은 불법인 만큼 식약처는 해당 업체를 긴급 점검했습니다.

임성호 기자, 김대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댕기머리' 샴푸 홈쇼핑 광고]
"이 약재를 한 통에 다 넣어서 팔팔 끓여버리는 게 아니라 인삼 따로 홍삼 따로 …각각 영양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방 샴푸 브랜드 '댕기머리'입니다.

여러 한약재를 각각의 성질에 맞게 따로 달여 약효 성분을 추출했다고 강조합니다.

식약처에도 이렇게 제품을 만든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제조업체가 광고한 것과 달리, 한약재를 뒤섞어 한 번에 달여 성분을 추출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YTN이 입수한 업체 내부 문건을 보면 식약처에는 '개별 추출', 즉 약재를 따로따로 달여 원료를 얻는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섞어 달이는 '혼합 추출'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개별추출을 위한 소형 장비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와 있습니다.

['댕기머리' 샴푸 관계자]
"(개별 추출로) 작약을 48시간 달이려면 소형 추출기도 있어야 하고요, 현재 가진 설비로는 (개별 추출)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어렵죠."

['댕기머리' 샴푸 관계자]
"우리가 실질적으로 혼합 추출을 하고 있는데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건 개별 추출이라고 하지 않느냐, 회의 석상에서 얘기를 했었죠. 연구소장을 많이 질타했죠. 사장이... 그게 몇 년 전부터 나온 얘기인데 아직도 해결 못 하고 있느냐, (혼합 추출은) 미생물이나 독성 검사가 데이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제조기록서를 내부용과 신고용, 이중으로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가장 많은 양이 들어간 구절초 추출물의 경우, 식약처에 신고한 양과 비율이 실제 공정과 달랐습니다.

심지어 신고되지 않은 약재 추출물이 실제 공정에는 버젓이 들어간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미생물의 번식 여부 등 완제품의 품질을 일정 기간 지켜봐야 하는 원칙도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체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
"아마 그거를 누가 정확하게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연구소 데이터 상으로는 무조건 의약외품은 개별 추출하는 방식으로 하고요."

YTN 취재가 시작되자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대해 긴급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허가받은 내용대로 제조하고 있지 않다면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가 나가서 바로 시정하지 않으면…."

식약처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제품의 제조를 중지시키는 등의 행정처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YTN 임성호[seongh12@ytn.co.kr]입니다.

[기자]
댕기머리 샴푸는 홈쇼핑에서 이른바 대박 상품으로 통합니다.

지난해에만 220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은 원료 추출 방법과 성분 등 식약처에 신고한 대로 제조되는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식약처를 믿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겁니다.

[○○홈쇼핑 관계자]
"식약처면 식약처, 관계기관이 있으니까 그것과 비교해서 맞는다면 방송을 하는 것이지, 내용물까지 검수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이 안 된다는 거죠. 여기는 위수탁 거래만 하는 거예요. 중개만 하는 거예요."

[△△홈쇼핑 관계자]
"식약처에서 조치한 것에 대해서 저희가 솔직히 전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저희가 이번 방송 물량은 개별 추출했니? 저번 방송 물량은 혼합 추출했니? 다 확인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식약처 역시 제조 업체의 입에만 의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같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3년에 한 번 점검을 벌이고 있지만 인력 등의 문제로 구체적인 부분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식약처 관계자]
"한 업체당 어떤 업체의 경우에는 수십 개 품목이 있으니까 우리가 수십 개 품목을 다 하려면 한 업체만으로 일주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사람이 아주 많아야겠죠."

결국, 제조 업체가 문제를 은폐하면 소비자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주영,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판매자가 그런 것들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그냥 믿고 전달했다는 것도 문제가 있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식약처가 우리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도대체 소비자는 누구에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고..."

백수오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조 업체는 물론 식약처, 홈쇼핑 업체 역시 안이한 태도에 변함이 없는 겁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관리·감독 기관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홈쇼핑 업체 사이에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만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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