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 "뜨거울 때 꽃이 핀다"...거리의 희망가

[사람속으로] "뜨거울 때 꽃이 핀다"...거리의 희망가

2015.05.29.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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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포세대'로 불리는 이 시대 청춘들, 연애와 결혼, 출산은 물론 때로는 꿈마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이렇게 낙담한 청춘을 거리 곳곳에서 응원하는 예술가가 있는데요.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기획 '사람 속으로',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위로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김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직접 (연탄을) 때면서 살아왔고, 가장 가깝게 있기도 했고, 매일 봤던 것이기도 했고... 난 저렇게 뜨거운가 생각도 들다가 꽃을 꽂아서 자연스럽게..."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주위에 가난한 사람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보면서 나중에 나는 남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29살 거리 예술가 이효열 씨.

일주일에 한 번 작품 활동에 나서는 날.

가장 먼저 꽃시장을 찾습니다.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꽃 표정을 많이 보거든요."
(표정이요?)
"표정이 (꽃의) 얼굴이죠. 꽃이 다 예쁘긴 한데...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니까 가장 잘 핀 꽃을..."

도시 전체가 효열 씨의 캔버스.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홍익대학교 안에 설치하러 가고 있습니다."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학생들이 요청했었나요?)
"정식으로 요청한 건 아니고... 제 SNS에 홍대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2년 전,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시작한 '연탄 꽃 퍼포먼스'.

시민들이 찍은 사진이 SNS에서 공유되면서 유명해졌고, 어떤 작가는 효열 씨 작품을 그림으로 재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효열 씨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교체하려고 두 시간 걸려 왔는데 누가 예쁜 꽃을 꽂아놨더라고요. 생화를 사서... 허무하긴 한데 기분 좋죠. 누가 대신해주니까. 그런 일이 좀 많아요. 요새는..."

누군가는 연탄 속에 핀 꽃에서 위로받는다는 사실.

퍼포먼스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보는 사람도 행복하고 그 반응을 보고 제가 행복하지 않나... 요새는 그런 부분에서 행복합니다."

밤 10시, 효열 씨의 두 번째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 도시의 지친 청춘을 위로하기 위해 밤새 꽃값을 버는,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안 졸리세요?)
"졸리기도 한데, 졸리다가 퇴근할 때 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또 아침에 활동하고요."

예술가의 또다른 직업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이효열, 퍼포먼스 아티스트]
(회사 그만 둔 거 후회 안 하세요?)
"후회는 계속 하는데 그때 또 회사에 있었으면 작가를 못 하는 걸 후회할 거 같아요. 후회는 계속하지만, 지금은 만족하니까..."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YTN 김승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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