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잠결에 가속..."음주운전 아니다"

술 취해 잠결에 가속..."음주운전 아니다"

2015.05.24.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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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술에 취해 자동차 운전석에서 잠이 들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차가 움직여 사고를 낸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잠결에 가속페달 등이 밟힌 거라면, 과연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게 될까요?

법원의 판단 이여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2년 전 초여름.

술에 흠뻑 취했던 김 모 씨는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 안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시동도, 에어컨도 모두 켜둔 상태였습니다.

몇 시간 뒤 담배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왔다가 자동차 뒤범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잠든 사이 차량이 파손됐던 겁니다.

김 씨는 범인을 잡겠다며 순찰 중인 경찰에게 방범용 CCTV 확인을 요청했지만, 몇 번이고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사고를 낸 건 바로 김 씨 승용차로, 3m 정도 후진해 주차된 차량을 충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입니다.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51%, 김 씨는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과거, 음주운전 전과가 2차례나 있어 검찰은 유죄를 확신했지만 1심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김 씨가 운전할 목적으로 기어를 넣고 가속한 것이 아니라, 잠결에 실수로 기어와 페달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판결입니다.

김 씨가 승차한 뒤 한참 후에야, 갑자기 미등이 켜진 상태에서 상당한 속력으로 차량이 후진했고, 뒤에 있던 차량을 충격한 후에도 김 씨가 상당 시간이 흘러 내린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이 정한 '운전'은 자동차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될 경우를 말한다며,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판결 결과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반복했지만 김 씨의 무죄는 결국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YTN 이여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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