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

2015.05.15. 오전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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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정의 달 특집으로 YTN이 준비한 연속 기획 '거리 노인들의 겨울이야기'.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새벽 인력 시장에 가봤습니다.

몸을 써야 하는 건설 현장의 특성상 50대 중반만 돼도 받아주는 데가 없다고 합니다.

이른 나이에 노인 취급을 받으며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 함께 보시죠.

[기자]
코끝이 매서운 겨울 새벽, 인력시장.

일을 찾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새벽 첫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사람들은 줄지어 일거리를 기다려 보지만 수년째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인력시장은 바짝 얼어붙었습니다.

그나마 여기 온 사람들 마음을 달래주는 건 봉사 단체가 제공하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이곳에도 일감을 찾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인터뷰:김형주, 무료급식단체 실장]
(어르신들도 많이 찾으세요?)
"저분들도 다 60살이 넘었어요. 저분도 70살이 넘었어요."

[인터뷰:박형문, 서울 구로동 (70세)]
"나이 먹어서 현장에서 일을 못 하는데 혹시나 일이 있으면 일 좀 하려고 나왔습니다."
(일주일에 며칠 정도 일하세요?)
"일주일은커녕 한 달에 이틀도 못합니다."
(그러면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왔다 갔다 하면서 대충대충 사는 거죠."

일 할 수 있을까, 기웃거리는 노인들.

그렇지만,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전경문, 인력업체 직원
"나이 드신 분들은 작은 현장들, 업체들 이름이 없는 데나 주택 짓는 데나 그런 조그만 현장밖에 갈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10명 나오면 1~2명 나갈까 말까예요, 나이 드신 60세 이상 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기준은 65세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50대 중반만 넘어도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일거리를 찾은 사람들은 현장으로 향하고, 밥차도 떠날 채비를 합니다.

조금씩 동은 터 오는데, 일을 얻지 못해 서성이는 사람들 중엔 50대도 꽤 있습니다.

[인터뷰:일용직 노동자 (58세)]
"집에 안 가는 이유가 애들 학교 가고 나면 들어가려고. 애들은 표현은 안 하지만 속이 좋겠냐고. 아버지가 또 돈을 못 벌어오는구나. 그러니까 내가 학교 가면 들어가.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시각에 있는 거지."
(일이 없더라도 애들 안 보려고요?)
"그렇지. 결론은 그거지. 애들 마음이라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인터뷰:일용직 노동자 (57세)]
"마음들이 아프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마음이 상처투성이예요."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도 일 못 하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인터뷰:일용직 노동자 (58세)]
"정치인들은 70, 80 먹어도 정치할 수 있고. 몸으로 때워서 먹고 사는 서민들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좁아지고..."

'내 나이가 어때서!', 이른 나이에 노인 취급을 받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오늘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릅니다.

YTN 김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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