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돌려주고 싶어요"...치유공간 '이웃'

"일상을 돌려주고 싶어요"...치유공간 '이웃'

2015.04.15. 오전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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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 년 전 차가운 바닷속에 사랑하는 이를 묻은 세월호 유가족은 극심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유가족의 마음을 보듬고 일상을 돌려주려는 공간이 있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앵커]
일 년 전 바다에 잠긴 아이들이 빛나는 별로 되살아났습니다.

곁에 있는 부엌에서는 찌개 끓는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부모는 대청마루에서 먼저 떠난 자녀를 떠올리며 울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합니다.

[인터뷰:정혜신, 치유공간 '이웃']
"개별적인 한 존재에 대한 깊은 집중과 존중을 밥상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거죠. 왜냐하면, 길거리에서 패대기쳐지듯이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도 노숙하고 농성하고…."

자식을 잃고 치유 공간을 찾은 엄마들은 뜨개질을 배웁니다.

꿈에서 아이를 보면 행여 춥지는 않을까, 밤늦도록 목도리와 장갑을 짜고 또 짜다 지쳐 잠듭니다.

[인터뷰:정혜신, 치유공간 '이웃']
"(뜨개질) 선물을 매개로 해서 아이를 다시 불러내고 기억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거죠.이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애도 과정이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뜨개질의 역할이 상당했던 거죠."

하지만 사랑하는 아이가 왜 한순간에 사라져야 했는지 생각하면, 또다시 분노와 무기력과 억울함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세월호 유가족의 정신건강 실태를 보면, 유가족 대부분이 극심한 분노와 우울, 절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정혜신, 치유공간 '이웃']
"(세월호 참사가) 명백히 설명이 안 되고 잘 풀리지 않으면 심리 내적인 애도 과정으로 진입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치유가 시작되기도 어렵다는 거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시간은 지난해 4월 16일에 멈춰 있었지만, 뜨개질과 밥 짓는 냄새와 아이를 향해 터지는 울음 사이에서 일상은 겨우겨우 돌아오고 있습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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