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 받으려 떠나는 짤짤이 순례길 아시나요"

"500원 받으려 떠나는 짤짤이 순례길 아시나요"

2015.03.27. 오전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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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받으려 떠나는 짤짤이 순례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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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5년 3월 26일(목요일)
□ 출연자 :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단돈 500원 동전에 웃고 우는 사람들…여러분은 '짤짤이 순례길'을 아십니까?"


◇ 신율 앵커(이하 신율):
500원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물건, 몇 이나 될까요? 김밥 한 줄도 천원이 넘으니 사실 500원으로는 끼니조차 때우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이 500원 동전 하나를 모으기 위해 매일 오전마다 순례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짤짤이 순례길’에 나서는, 아니 나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이하 이동현):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짤짤이, 과거 중고등학교 때 동전 가지고 홀, 짝 맞추던게 짤짤이 아닌가요?

◆ 이동현:
네.

◇ 신율:
그런데 이 짤짤이 순례길이라는 것은 어떤거죠?

이동현:
역시나 구전으로 전해진 용어라서 사전적 정의는 없습니다. 종교단체로부터 구제를 받는 것을 짤짤이를 돈다고 부르는데요. 진행자께서 말씀하셨듯이 받는 돈이 동전이다보니까 돈 치기를 하는 놀이나, 아니면 동전끼리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짤짤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 신율:
그런데 어디서 이 돈을 주는 거죠?

◆ 이동현:
주로 종교단체들이 주는데요. 요일마다, 지역마다 다니시는 분들이 분류해서 동선을 짜죠.

◇ 신율:
그럼 매일 이 종교단체들이 500원씩 나눠주나요?

◆ 이동현:
금액은 500원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요. 한 200원 주는 곳도 있고, 300원 주는 곳도 있고, 지폐 주는 곳은 제가 듣지는 못했습니다.

◇ 신율:
그런데 이런 것을 주는 단체들이 매일 있다. 이 말씀이시죠?

◆ 이동현:
네, 그렇습니다.

◇ 신율:
그러면 보통 하루에 몇 군데 정도 있나요?

◆ 이동현:
공적지원체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하루하루 생겼다가 없어지고, 단체가 있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사가 이루어진 바는 없습니다. 그런데 저도 같이 다녀본 적이 있는데 하루에 10곳 남짓을 다니시거든요. 일주일 잡으면 한 분이 다니시는 곳이 100곳 정도 된다고 추정할 수 있겠죠.

◇ 신율:
한 주에 100곳을 다니면, 평균 3~400원이라고 하면, 일주일에 3만원에서 4만원이네요. 그러면 한 달에 12만원이네요. 어떤 분들이 주로 이 짤짤이 순례길을 이용하시죠?

◆ 이동현:
최근 다른 언론에도 소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요. 이런 분들은 소득원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들이나 거리나 쪽방 등에 사시는 홈리스 분들이 이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임노동 시장이나 공공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그러니까 지금 뚜렷한 벌이가 없으신 어르신들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여기에 나선다는 것이죠. 그럼 이분들은 한 달에 12만원 정도의 수익에, 기초노령연금이나 기초생활 수급으로 돈을 받으시는 분들이 다수라고 봐도 무방할까요?

◆ 이동현:
노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기초노령연금은 받으시겠죠. 그렇지만 홈리스들 같은 경우에는 그 연령대에 도달하지 못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으시죠.

◇ 신율:
그럼 홈리스 분들은, 우리가 흔히 노숙자라고 부르는 분들인데요. 이분들은 12만원 정도의 수익이 전부이시겠네요.

◆ 이동현:
네,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 신율:
그런데 지금 홈리스 행동 활동가로 일하시니까 여쭤보는 건데요. 이분들은 이 돈을 받아서 주로 어디에 사용하십니까?

◆ 이동현:
기본적으로는 도시에서 생활하는데에 들어가는 현금의 수요들이 있겠죠. 홈리스들의 경우에는 담배를 사서 피우신다든지, 개인 기호품을 사는데에도 돈이 들어가겠지만, 이를테면 급식소가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병원에 가야 한다든지, 이럴 때에는 시간을 못 맞춰서 드시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라면이라든지 식사 대용품을 사 드셔야 하고요. 또 제가 아는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이런 구제들을 모아서 십 수년 째 쪽방 월세를 내고 계신 어르신도 계십니다.

◇ 신율: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이렇게 종교단체들이 300원, 400원씩 지급을 한다고 하셨는데, 이 단체들도 나름대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활동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동현:
네.

◇ 신율:
제가 볼 때 사회에서 마땅히 케어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을 종교단체가 매우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상당히 고마워 해야 할 부분 아닐까요?

◆ 이동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그런데 어떤 분은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하루에 열 군데를 돌아다니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러면 차라리 그 시간에 어디 가서 일을 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도 계실 수 있을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해 주실수 있으세요?

◆ 이동현:
우선 전제가 일을 구한다는 것이 개인의 의지에 좌우되는 시기는 이미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신체적 기능이 많이 저하되었고, 잔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수요만큼 제공되는 것도 아니죠. 홈리스의 경우에는 역시 평균 연령이 50대에 가까운데요. 재취업을 하기에는 학력이나 건강의 문제 등에 걸림돌이 많고요. 그렇기 때문에 실직에서 임노동 시장으로 바로 전환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된 일자리, 공공이 직접 제공하는 일자리가 확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네, 그렇죠. 지금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죠.

◆ 이동현:
네.

◇ 신율:
지금 홈리스 활동가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최일선에서 빈곤문제를 담당하시는 분으로써, 지금 사회에서 나오고 있는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십니까?

◆ 이동현:
선택적 복지나 보편적 복지 중에서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 할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효율을 극대화 할 것이냐? 이게 정책실현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복지논쟁이 정말 복지가 목적이냐? 복지가 중심에 있는 논쟁이냐? 복지의 확대와 개선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신율:
그렇군요. 그런데 가난은 사회 구조의 산물이다. 이것은 이미 근대 초기에 토마스 모어가 이야기를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아주 일부이긴합니다만, 가난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사실 있죠. 그런데 사회구조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국가는 복지를 시행하고, 국민 차원에서 볼 때 복지는 권리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인데요. 지금 짤짤이 순례길, 여기에 나서는 분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이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 그것을 되찾아 주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동현:
진행자께서도 권리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권리를 공공부조로 공식화한게 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권리라는 것은 선언하기보다는 제도로서 구체화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말씀드렸듯이 기초생활 보장 제도의 보장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짤짤이 순례, 구제 받으러 다니는 분들 중에 수급자 분들도 꽤 계시거든요. 현재 1인가구 월 최대 수령액이 50만원 정도 되는데요.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기초 연금을 받기 때문에 2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이게 공제가 되어서 똑같이 50만원을 받게 됩니다.

◇ 신율:
그렇죠.

◆ 이동현:
그렇다보니까 월세 내고, 생활비로 지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르죠. 그래서 이걸 어디가서 벌충하려고 하루 날 품이라도 팔면 소득으로 간주되어서 또 급여가 삭감됩니다. 부양의무자 기준 같은 문제들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기초생활 보장 제도에 진입장벽을 낮추고 보장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또 한편으로는 일자리 대책에 대한 것인데요. 현재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임노동 시장 진입에 중점이 가 있습니다. 취업 성공 패키지라든지, 근로빈곤층 취업우선사업, 이런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이미 있는 임노동자도 잘려 나가고, 고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빈곤층이 진입할 틈을 찾는다. 이것이 주 전략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임노동 시장의 완충지대로서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일자리의 증가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 신율: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동현: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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