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 소방관의 고백..."나는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속으로] 소방관의 고백..."나는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2015.03.27. 오전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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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한의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 소방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할 겁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당연히 소방관은 항상 용기 있고 희생정신이 강해야 한다'라는 말 때문에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까지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인간'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 기획, '사람 속으로'.

김경수 기자입니다.

[기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쉽사리 잊히지 않는 기억도 있습니다.

[인터뷰:김윤태, 서울 노원소방서 진압대장]
"마네킹인가보다 하고 처음엔 지나갔어요. 어두우니까 불을 꺼도 연기가 남아있는 상태기 때문에 자세힌 안 보여요. 희미하게 보이지. 누가 '어 애다! 애다!'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바로 내 발밑에 그게 애더라고요."

소방관을 그만둘까 고민할 만큼 충격적이었던 기억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인터뷰:김윤태, 서울 노원소방서 진압대장]
"그 기억이 안 없어지더라고요. 항상 남아있어서 밤에 잘 때 한 5일 동안은 잘려고 그러면 생각나고, 생각나고 해서 굉장히 괴로웠습니다."

특수부대 출신의 패기 넘치는 구조대원에게도 현장은 녹록지 않은 곳입니다.

[인터뷰:박평열, 서울 노원소방서 구조대원]
"첫 출동이 지하철 투신이었어요. 투신이면 자동차에 치여서 이런 거로 생각했었는데 현장에 도착하니까 한 20세 후반 정도 되는 남자가..."

긴장의 끈은 늘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박평열, 서울 노원소방서 구조대원]
"저희는 휴대전화 소리 하나하나도 되게 예민하거든요. 그 소리 들으면 항상 아무 일 없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하면서 출동하고..."

20년 동안 사고현장 최일선에서 귀중한 생명을 여럿 살린 구조대장도 마음 한구석엔 짐을 안고 삽니다.

[인터뷰:서영수, 서울 노원소방서 구조대장]
"옆에서 계속 같이 이렇게 구조를 하면서 호흡을 하던 요구조자(구조 대상이 되는 사람)가 앞에서 그냥 딱 호흡 정지가 되어버리고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하던 사람이 말도 없고. 그랬을 땐, 그런 그 아픔이라고 할까요. 그런게 좀 한 두 달, 석 달..."

먼저 떠난 동료와 늘 걱정시켜야 하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평생 마음의 빚입니다.

[인터뷰:서영수, 서울 노원소방서 구조대장]
"한솥밥을 먹었던 그런 동료였고 같이 또 전에 도봉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던 후배였는데…설마 설마 했는데. 그래서 어쩔 때는 이직해서 관둬야 되나.(이런 생각도 들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언제 어디든 달려가지만, '행여나 약한 사람으로 보일까', 정작 자신의 속내는 드러내기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서영수, 서울 노원소방서 구조대장]
"자기 마음을 좀 표현하길 꺼리는 거 같아요. 자기는 마음이 힘들고 그런 사고를 보고 해서 진짜 마음이 아프고 누가 좀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표현을 안 하는 거예요. 근데 설문지를 하면 한 3~40%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그래도 '나는 강해져야만 한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YTN 김경수[kimgs8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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