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담배꽁초 남긴 '장백산' 결국 덜미

10년째 담배꽁초 남긴 '장백산' 결국 덜미

2015.03.04.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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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년 동안 주택가 빈집을 돌며 1억 5천여만 원을 훔친 절도범 검거 소식, 어제 전해드렸죠.

빈집털이 사건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닙니다만, 이 사건이 재미있는건, 범행 현장에 떨어져있던 '담배꽁초' 한 개비였습니다.

피의자가 2006년부터 100여 차례 범행 현장에 남겨온 담배는 바로 이것, 장백산,이라는 중국산 담배입니다.

때문에 경찰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장백산'이었다고 합니다.

담배꽁초에는 DNA도 제법 선명하게 남아있었다는데 왜 이제서야 잡을 수 있던 걸까요?

이번 사건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다세대 주택 앞을 서성이는 이 남성, 바로 장백산입니다.

주민들 눈을 피해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다시 돌아와 다세대 주택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잠시 뒤, 가방 속에 무언가를 가득 챙겨 달아납니다.

봉지 속에 든 것은, 현금 65만 원과 담배 12보루를 포함해 120만 원 어치의 금품.

주로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노렸습니다.

[인터뷰:중국 동포 절도 피해자]
"뒤지지 않은 곳 없이 옷이랑 다 뒤졌더라고요. 바나나 우유도 마시고 가고 마스크 팩도 20장 들고 가고, 이런 게 되게 찜찜하고..."

장백산은 이렇게 마치 자신의 집인듯 태연하게 냉장고에서 음식도 꺼내먹고, 달걀을 부쳐먹거나 소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을 떠날 때는 어김없이 담배를 한 개비 태우뒤 바닥에 버리고 사라졌습니다.

서울 구로, 관악, 금천, 광진 경기도 안양까지... 100여 곳의 주택에서 발견된 담배꽁초, 장백산은 어느새 단일 사건에서 가장 많은 DNA를 남긴 사례가 됐고, 경찰은 그를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박상융, 변호사]
"항상 범죄 현장에는 중국산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범인이 신경 쓴 건 무엇을 신경썼냐면 CCTV만 신경을 쓴 겁니다. 그래서 범행 전에 범행 현장을 답사를 합니다. 그리고 CCTV가 있나, 없나를 본 겁니다. 범행 대상도 어떤 곳을 노렸느냐. 다세대 주택과 반지하방입니다.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낮에는 나가서 일하고, 빈집입니다. 밤에 돌아오거든요. 그리고 다세대 주택과 반지하방은 방범에 취약하거든요. 그리고 가서 다 훔친 겁니다."

그가 버리고 간 담배꽁초에 DNA가 남아있는데도 왜 과학수사로 빨리 붙잡지 못할 것일까요?

'장백산'은 전과가 없어서 범죄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담배꽁초 때문에 과거에 저지른 다른 범행들까지 모두 탄로가 났는데요.

장백산이 범행 뒤 담배꽁초를 흘리고 간 건, 바로 '미신'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광삼, 변호사]
"담배꽁초를 놓으면 잡히지 않는다는 그런 본인의 의식적인 좋은 징크스로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담배를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담배가 항상 있기 때문에 지금 과학수사를 하지 않습니까? DNA는 반드시 검출할 수 있는데 DNA를 검출했다고 해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용의자하고 대비를 해야 됩니다."

장백산의 특징은 철저한 사전 답사로 CCTV 사각 지대만을 노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동식 CCTV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의 블랙박스를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뷰:김광삼, 변호사]
"결과적으로 도망을 가다가 결국 CCTV을 다 확인을 하고 그랬는데 결국 하나 못한 게 있었는데 블랙박스예요."
(자동차 블랙박스요?)
"자동차 블랙박스까지 확인을 못해서 블랙박스에 찍힌 것을 토대로 해서.. 그래서 300여 개의 블랙박스를 대조를 해서 용의자가 되니까 DNA를 딱 대조해 보니까 일치해서 결국은 잡힌 겁니다."

지난 10년 동안 잡히지 않았던 '장백산'은 담배꽁초를 버리면 붙잡히지 않는다는 미신을 굳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신은 미신일 뿐이죠.

과거에도 비슷한 의식을 갖고 있는 빈집털이범들이 종종 있었는데요.

그때 그 사건 잠시 함께 보시죠.

고시원 방 안에 있는 상자에서 여성용 속옷이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주변에서는 시계와 고가의 노트북들도 잇따라 나옵니다.

[인터뷰:경찰 관계자]
"속옷이 너무 많은데요."

모두 훔친 물건들입니다.

용접공으로 일하는 47살 이 모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주택만을 노려 금품을 훔쳐왔습니다.

새벽 시간대 열린 대문으로 들어가거나 방범창을 부수고 집 안으로 침입했습니다.

[인터뷰:절도 피해자]
"작은 방에 창문에 방범창 막대가 있잖아요. 그것이 절단기 같은 것으로 3개가 잘려져 있었어요."

이 씨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훔친 여성의 속옷을 입고 범행에 나섰습니다.

여성용 속옷을 입고 물건을 훔치면 잡히지 않는다는 속설을 강하게 믿었던 겁니다.

이 사건 역시 '미신'을 믿은 한 빈집털이범의 차마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습니다.

절도든, 강도든, 살인이든 범인들이 현장에 특정 흔적을 남기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일종의 의식처럼 체포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인데요.

어떠한 '미신'보다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옛말이 더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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