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농민에게 쌀을 팔다'?...'강매' 논란

'농협이 농민에게 쌀을 팔다'?...'강매' 논란

2015.03.04. 오전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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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지역 농협이 농민들에게 사들인 쌀을 사실상 강제로 되팔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농협 측은 전혀 강제성이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농민 단체들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철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에 있는 한 마을은 요즘 분위기가 온통 뒤숭숭합니다.

지난 가을 추수 때 농협에 팔아넘긴 쌀 일부를 집집마다 사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직접 농사지은 쌀을 팔았다가 제돈 주고 다시 사는 꼴이 돼버린 겁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인터뷰:지역 농민]
"농협에서 쌀이 많이 남아서 각 마을에 몇백 포대씩 배정을 했다... 강제로 쌀 팔려고 하느냐 해서 조합에 쌀 싣고 가서 난리 친 사람도 있어요."

문제는 지역 농협이 각 마을 별로 쌀 목표 판매량을 배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30여 개 마을에 각각 100여 포에서 최대 300포까지 모두 6천 포대가 배정됐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조합원들의 사전 동의도 없었다며 사실상의 강매라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지역 농민]
"사고 안 사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갖다 놨으니까 안 살 수가 없는 거죠. 대출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죠. 말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식으로."

이에 대해, 해당 농협 측은 지난해 풍년으로 수매량이 크게 늘어 올 가을 수매에 차질이 없도록 판로를 개척해보자는 의도였다고 해명합니다.

특히, 강매할 뜻은 전혀 없었다며 필요한 사전 절차도 모두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양철규, 경기도 대덕농협 조합장]
"조합원들에게 사서 먹으라고 했으면 강매겠지만 조합원들 팔다가 팔 데가 없으면 그만이에요. 이사회 때 최종적으로 조합원과 같이 판매해야 될 것 같다고 보고했고..."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정부와 농협중앙회도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부 농민 단체들은 농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농협이 본연의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이효신, 전국 쌀생산자협회장]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게 협동조합의 할 일이고... 강제가 됐든 안됐든 일부 할당을 해서 팔려고 했던 것은 협동조합 정신에도 맞지 않고..."

풍년의 기쁨을 만끽하기는 커녕, 울며 겨자 먹기로 농사지은 쌀을 제돈 주고 사게 된 농민들.

농협이 한 번이라도 더 농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YTN 우철희[woo7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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