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 3세 구본호, 사기 혐의 피소...'신화'에서 '추락'까지

범LG가 3세 구본호, 사기 혐의 피소...'신화'에서 '추락'까지

2015.03.02. 오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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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자신이 소유한 빌딩 세입자를 강제로 내쫓으려다 이른바 '갑의 횡포' 논란을 일으킨 범LG가 3세 구본호 씨가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피소됐습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기부금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투자를 미끼로 중소기업에서 수억 원을 뜯어갔다는 의혹입니다.

김대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고소장에 따르면 수상한 거래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구본호 씨가 평소 알고 지낸 코스닥 상장사 이사 A 씨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A 씨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NGO 재단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이름으로 1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부가 이뤄지면 비자금으로 7억 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되면 A 씨의 회사에 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인터뷰:A 씨, 전 ○○업체 이사]
"개인적으로 현금이 필요하다. 내가 너희 아버지 재단에 10억 원을 기부할 테니 기부를 하게 되면 기부 환급금을 회사에서 3억 정도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현금으로 7억 원을 다른 데에서 줘라. 자기가 받는 형태를 취하게 되면 자기가 50억을 투자해주겠다."

재벌가의 투자가 이뤄지면 주가가 상승할 것을 기대한 A 씨는 돈을 마련해줬습니다.

[인터뷰:A 씨 관계자, 돈 전달 역할]
"구 이사께서 밑에 있는 분을 보내주셨어요. 몇 시에 누가 올 거라고 하면 그분이 그 장소에 와서 (돈을) 받아 갔죠. 몇 십만 원 보낸 것도 있고 1억 넘은 것도 있고..."

그런데 요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고, 추가로 3억 원과 여자친구를 위한 9천만 원짜리 벤츠 승용차, 휴대전화까지 전달했다는 게 A 씨의 말입니다.

[인터뷰:A 씨, 전 ○○업체 이사]
"더 이상 돈을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50억 5천만 원인가 들어있는 통장을 가져왔어요, 저한테. 그것을 압구정동 카페에 비서 분이 가져와서 보여주면서 걱정하지 마라, 안심시키기에…."

하지만 결국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돈을 마련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 미납 등으로 A 씨는 검찰과 국세청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검찰도 수상한 거래를 의심했지만 LG 계열사 변호사의 무마작업으로 구 씨는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A 씨, 전 ○○업체 이사]
"(LG 계열사 변호사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났어요. 구본호 씨 이름이 나오면 좋을 게 없다. 어차피 000씨는 조사를 받고 있으니 다 떠안아라. 대신에 구본호 씨 이름이 안 나오고 다 정리가 된다면 세금과 벌금이 얼마가 나오든 그 돈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다 책임을 지겠다."

YTN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구본호 씨 측과 수 차례 접촉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앵커]
구본호 씨는 LG 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정회 씨의 손자입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6촌 사촌 지간으로 범LG가 3세입니다.

구 씨는 과거 재벌 3세 중에서 '주식 투자의 귀재'로 코스닥 시장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그 성공 신화 뒤에는 코스닥 시장의 '검은 세력', '모럴해저드의 전형'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한 때 '코스닥 시장의 큰 손'으로 불렸던 구본호 씨.

아버지인 고 구자헌 범한판토스 회장으로부터 회사 지분을 상속받은 후 지난 2007~2008년 신주인수권부 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이용한 대규모 주식투자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당시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종목마다 상한가를 기록해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주가조작 의혹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DJ정권의 숨은 실세였던 재미사업가 고 조풍언 씨의 주가조작 사건과도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는데요.

구 씨는 결국 지난 2006년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165억 원의 부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2008년 구속됐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코스닥의 신화에서 검은 손으로 추락한 구본호 씨.

최근 효성그룹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인 IT 기업의 3대주주로 등극해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빌딩 세입자를 강제로 쫓으려다 '갑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또 사기 혐의로 피소된겁니다.

이번에 구본호 씨를 고소한 A 씨는 구 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코스닥 상장사의 이사였습니다.

그런데 구본호 씨에게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고급차량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CJ 이재현 회장이 구본호 씨를 통해 20억 원에 가까운 외제차를 구입했는데, 이 비용을 CJ 계열사에서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이에 대해 CJ측은 "이재현 회장에 대한 음해"라며 "차는 영화 촬영에 필요해서 계열사가 알아서 구입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최원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고소장을 보면 구본호 씨는 A 씨에게 20억 원에 가까운 최고급 수입차를 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구본호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털링 모스'로, 전세계에 70여 대뿐인 슈퍼카였습니다.

[인터뷰:A 씨, 전 ○○업체 이사]
"자기 지인인 이재현 회장이 이 차를 정확하게 원한다. 똑같은 차를 구해줘라. 그러면 얼마냐, 그 금액을 바로 보내주겠다고 이야기를 한 거고요."

그런데 구 씨의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의아한 일이 생겼습니다.

A 씨는 분명 차량 구입에 17억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구본호 씨에게 전했는데, 건네받은 돈은 20억 3천만 원으로 3억 원이 많았던 겁니다.

또 차량 구입비를 보낸 곳도 이재현 회장 쪽이 아닌 CJ 계열사 OCN!

[인터뷰:A 씨, 전 ○○업체 이사]
"OCN에서 (돈이) 들어온 거예요. (구본호 씨 말은) 이재현 회장이 현금 차액을 일부러 더 보냈다. 그러니까 빨리 돌려달라는거죠."

이 과정에서 A 씨는 4억 6천여만 원에 이르는 차량 수입 관세를 절반만 신고하자는 구본호 씨의 제안까지 들어줍니다.

[인터뷰:A 씨, 전 ○○업체 이사]
"17억 원으로 신고하고 다 하려고 했을 때, 반만 신고하자고, 그리고 나서 걸릴 때 나머지 반을 신고하면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했어요. (구 씨가) 다 책임지고 돈도 다 돌려 주겠다고, 일단 돈이 필요하니 2억을 달라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차량 구매 과정에서 모두 5억여 원을 구 씨가 챙겼갔다는 게 A 씨의 주장.

현재로서는 구 씨가 이 돈을 챙겼는지, 아니면 이재현 회장 측에 전달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2012년 이재현 회장이 차량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해 소유주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CJ 측은 차량을 구입할 때 이재현 회장이 구본호 씨에게 부탁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 개인이 가지려한 게 아니라 방송촬영용으로 구입한 차였다며, 결과적으로 3억 원의 돈을 더 냈다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CJ 그룹 관계자]
"프로그램 하는 데 이런 차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회의 때 들으셨어요. 이 회장님이 구본호 씨에게 이런 차를 구매해달라고 한 건 맞고요. 20억 3천만 원을 그대로 줬고, 만약 차값이 17억 얼마더라, 그러면 3억 원에 대해서 우리도 피해자라는 거죠."

따라서 슈퍼카 구입 과정에서 부풀려진 3억 원이 어디로 갔는지 당사자인 구본호 씨와 차량 구입을 부탁한 이재현 회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최원석[choiws888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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