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잇따르는 비극, 원인은?

명절마다 잇따르는 비극, 원인은?

2015.02.23. 오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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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 그런데 이 명절만 되면 비극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자신의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요.

이번 명절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거제시에서는 설을 맞아 본가로 향하던 일가족 5명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본가에서 만나기로 한 가족이 도착하기로 한 날이 지나도 오지 않고 연락까지 끊기자, 기다리던 다른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한 것이었습니다.

도로의 갓길에서 발견된 차 안에는 흉기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가족들이 발견됐는데요, 이 중에는 9살된 딸과 6살 짜리 쌍둥이 아들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1차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A씨가 가족들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인 뒤 흉기로 찌르고, 자신도 뒤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 A씨는 왜 이런 비극적인 선택을 했던 걸까요?

[기자]
일단 은행과 신용카드회사에서 1억 5000만원 정도의 빚이 있었고 또 10일 전에는 거제에서도 10평 정도가 되는 원룸으로 이사를 했다고 해요.

그리고 신용위원회에 개인회생 신청까지 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 한 가지 취재를 하면서 의문이 든 점은 1억 5000만원만 가지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도 명절 연휴에 자살할 만한 그런 동기가 됐을까….

[앵커]
어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일용직 노동자가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세달 치 집세를 받지 못한 집 주인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들렀다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이 남성의 방에는 창문을 막고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는데요, 번개탄을 피우기 전 어머니에게 용돈 10만원을 보낸 뒤, 조금 밖에 못 드려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어려운 경제 사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어려운 삶을 비관해 일어난 일반적인 참극이라기 보다는, 명절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사건의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손수호, 변호사]
"평소에 잘 모이지 않던 그런 가족들이 모였을 경우에는 또 이제 좋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게, 비교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는 어떤 게 잘됐는데 너는 어떠냐는 대화를 하다 보면 스스로가 위축이 되는 경우가 있겠고요. 또한 아예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어요, 가족들이요. 그런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은 즐거워 보이는데 나는 왜 이럴까, 비관하는 측면이 강해지다 보면 결국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는 경우로 느는 게 보이는데요. 명절의 부작용, 비극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들에게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는 상황은 평소보다 견디기 힘들 겁니다.

그러다보면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점점 가족들과 만나지 않고 싶어지고, 결국 외로움과 함께 스스로 소외된다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이렇게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부족한 관심이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상융, 변호사]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라는 장치가 무너졌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긴급생활구조센터라든가 또는 건강지원센터, 정신건강센터를 자꾸 찾아보고 그래야 되는데 그냥 앉아서 기다리거든요, 와주기를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사회안전망 장치가 무너진 점에 대해서 또 소외와 외로움이 많이 발생한다는 데 대해서 우리 사회가 병들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즐거워야 할 명절에 잇따르는 비극들, 명절의 그늘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주위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가족들끼리는 말한마디 더 조심해야겠죠.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일 수록 우리 주변에 소외받는 이웃이 없는지 돌아보는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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