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황혼 재혼..."혼인신고 무효"

치매 노인 황혼 재혼..."혼인신고 무효"

2015.01.26. 오전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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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매에 걸린 자산가 노인이 자신을 간병하던 비서와 재혼하자, 자식이 혼인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판단 능력이 온전하다고 주장하는 아버지 측과 중증 치매라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아들의 주장 가운데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구수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50여 년 전 결혼해 자녀 3명을 둔 자산가 76살 노 모 씨는 지난 2000년 횟집에서 일하던 50살 차 모 씨를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이후 노 씨는 차 씨에게 비서역할을 맡기며 항상 곁에 뒀고, 지난 2006년 치매가 진행되면서부터는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부인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 결국 지난 2012년 이혼했고, 1년 뒤 노 씨와 차 씨는 구청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혼인신고 사실을 뒤늦게 안 노 씨의 둘째 아들이 아버지와 차 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아버지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어 혼인 합의 의사능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법원은 노 씨의 진료기록과 사실관계 등을 따진 뒤, 혼인 신고를 무효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치매선별검사 결과 당시 노 씨는 심각한 이해·판단력 장애를 겪는 중기 치매상태로 추정된다"며 혼인합의 의사능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혼인신고 사실을 양측 자녀들이 몰랐고, 최소한의 왕래도 없었던 점 등으로 보아 동거했다 해도 사실혼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최근 황혼 재혼이 증가 추세에 있는 가운데, 치매 노인의 혼인 의사능력에 대한 법적 판단을 명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YTN 구수본[soob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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