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진술 없는 선고, 효력 있을까?

피고인 진술 없는 선고, 효력 있을까?

2015.01.25. 오전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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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원이 여러차례 출석을 통보했는데도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 진술을 듣지 않고 선고를 내렸다면, 이 선고는 효력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대법원은 재판부가 피고인과 연락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피고인 진술 없는 선고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승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억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모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사기 피해금 3억 원 배상 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사기 금액은 크지만 재판에 성실히 임했고, 피고인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선고 직후 항소했지만, 항소 이유서 등 필요한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채 모습을 감췄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4차례에 걸쳐 소환장을 보냈지만 김 씨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공소장에 적힌 휴대전화도 불통이었습니다.

더욱이 경찰도 김 씨의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하자 법원은 법원 게시장에 공시 송달한 뒤, 김 씨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 기각 선고를 내리고 재판을 마쳤습니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잇따라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문제삼으며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 서류에 있는 김 씨의 직장 번호와 주소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에게 출석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의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2심 재판부가 피고인 진술을 듣고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방어권과 진술권을 대법원이 폭넓게 해석한 판결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YTN 이승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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