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갑질'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

뿌리깊은 '갑질'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

2014.11.28. 오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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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0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14개 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를 대상으로 연구 환경 실태 조사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전국 대학원생 2천 3백여 명 가운데 응답자의 45.5%가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언어와 신체, 성적 폭력과 같은 개인존엄권 침해 경험이 31.8%로 가장 높았고, 자기결정권 침해 25.8%, 학업연구권 침해 20.2%, 저작권 침해가 9.5%로 뒤를 이었습니다.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괴롭힌 사건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울대 성추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K 교수.

K 교수는 지난 7월 세계 수학자대회를 준비하며 20대 여자 인턴을 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도 K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쏟아진 것이죠.

피해 학생들은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인터뷰:한유미, 피해자 대책위 대리인]
"현재 상황에 오기까지 저희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고 여전히 두려움도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김해미루, 서울대 단과대 연석회의 의장]
"(교수님과 학생들의 교류는) 저희 학교 자랑입니다. 존경하는 교수님과 뛰어난 학생이 수학, 교류하고..."

학교, 동아리 K교수의 영향력이 닿는 곳에서는 수년간 어김없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이 수년간 피해를 보면서도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을 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겠죠.

[인터뷰:박원익, 고려대 총학생회장]
"일단 불이익이 두려워서 사실 공개적으로 말하기 꺼려하는 학생들을 다수를 봤고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관련 성폭력 사건의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들도 사적인 따돌림이라든가 꼭 어떤 교수님으로부터 보복뿐만 아니라 그런 문제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괴롭히는, 갑질은 공무원들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울대공원 간부들이 용역업체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사건입니다.

여직원들은 용역업체에 속해있고 직접 고용을 앞두고 협박과 성추행을 했다고 하죠.

이렇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동과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용역업체 여직원은 대공원의 직접 고용을 앞둔 시점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벌을 줘야 할까요?

서울대공원 간부들은 중징계 권고를 받았고 서울대 K교수는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서울대는 이를 받아들여 성추문 K교수를 면직처분 하겠다고 밝혔죠.

근데 또 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단 면직이 되면 서울대 인권센터가 진행 중인 예비 진상조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고 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도 불가능 합니다.

또한 면직은 퇴직금이나 연금, 재취업 등에 불이익이 따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교 측이 진상조사도 하기 전에 사표부터 수리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듯 합니다.

근데 이 K 교수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신 듯 합니다.

사표를 제출한 다음날 피해 학생들에게 자신이 쓰레기가 됐다 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반성은 커녕 본인 입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린 교수님.

그리고 아직도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갑의 횡포.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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