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과 동거동락 20년...'사람이 예뻐서'

노숙인과 동거동락 20년...'사람이 예뻐서'

2014.11.22.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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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처럼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오갈 데 없는 노숙인과 거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들은 더 외롭고 쓸쓸할 텐데요.

인천에는 소외된 이웃과 동거동락하며 무려 20년째 도우미 역할을 해온 분이 있다고 합니다.

홍석근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쌀쌀한 날씨지만 빼놓을 수 없는 월동 준비, 김장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자르고 버무리고, 하나씩 손을 보태는 이들은 고향도, 성도 모두 다르지만 한 식구.

시설 운영자인 김남순 씨가 떠돌이 노숙인, 홀몸 노인과 환자,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을 끌어안아 꾸린 가족입니다.

30대 중반 선교활동 시작에 이어 39살 교회 운영을 도맡으면서 소외된 이웃과 연을 맺어 올해로 20년째 숙식을 제공해오고 있는 김남순 씨.

식비와 난방비 등 매월 천만 원이 훌쩍 넘는 시설 운영비에 탓에 살림이가 빠듯하지만, 얼굴에는 늘 미소가 번집니다.

[인터뷰:김남순, '다사랑의 집' 원장]
"(시설에 있던 두 남녀가) 지난 토요일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됐는데 신랑과 신부 보면서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동안 김 씨의 보살핌 속에 시설을 거쳐간 이들만 해도 최소 1,500명.

깡패생활을 접고 번듯한 직장인으로,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사회복지사로 거듭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자립에 실패해 시설을 다시 찾는 경우도 많지만 김 씨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줍니다.

[인터뷰:김선미, '다사랑의 집' 가족]
"고민거리가 있으면 항상 들어주시고 해결해주려고 하시니까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엄마 같아서."

올해 나이 58, 이제 돌봄을 받아야할 나이지만 김 씨는 더불어 사는 삶 자체를 행복이라 여기며 욕심 없이 하루를 또 살아갑니다.

[인터뷰:김남순, '다사랑의 집' 원장]
"저는 하는 데까지 죽을 때까지는 할 것 같아요. 정말 이 일이 좋고. 사람들이 예뻐요."

YTN 홍석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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