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벙커C유' 천 억대 빼돌려

선박용 '벙커C유' 천 억대 빼돌려

2014.10.30.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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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항에서 선박용 '벙커 C유'를 빼돌려 전국에 천 억 원어치나 유통시킨 업자들이 붙잡혔습니다.

대기오염 원인 중 하나인 황 성분이 높아 바다에서만 쓰도록 규정된 기름인데, 불법 유통망을 타고 산업용으로 사용됐습니다.

김도원 기자입니다.

[기자]

탱크로리 한 대가 조심스럽게 항구에 다가섭니다.

새벽을 틈타 선박에 있던 기름을 육지로 몰래 옮겨 싣는 작업입니다.

단속을 피해 이들이 차로 운반하려는 건 바다에 떠있는 대형 선박에서 빼돌린 벙커 C유.

원양어선이나 외국 선박에 납품하는 면세유 일부를 빼내거나 되사온 겁니다.

규정대로라면 선박용으로만 쓰여야 하는데, 이 기름은 전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급유업체와 기름탱크 청소업체, 또 브로커와 소매상까지 모두 불법 유통망의 일부였습니다.

[인터뷰:판매업자]
"아무래도 정품보다 좀 싸니까. 몇 년 동안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그런 상태로 (판매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가격은 1리터에 700원에서 천 원가량으로 정상 제품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보일러를 많이 쓰는 섬유 공단과 화훼단지 등에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인터뷰:이재원,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수대장]
"(운반 과정에서) 단속되면 기계를 조작해 바닷물을 섞고 폐유라고 주장해서 단속을 피했습니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육상에 유통된 선박용 '벙커 C' 유가 1억 7백만 리터, 1100억 원대에 이릅니다.

유통 질서는 물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인터뷰:김용호, 석유관리원 특수사업팀 과장]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수취하는 등 국세를 연속적으로 탈세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황 성분이 자동차연료 대비 4천배가량 높습니다. 이 제품을 육상에서 보일러용으로 연소시키면..."

경찰은 불법으로 기름을 빼돌려 유통한 이들 가운데 102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17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유통 업자들의 세금 탈루에 대해서도 수사를 마무리해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입니다.

YTN 김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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