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승부조작...태권도협회 조직적 개입

자살 부른 승부조작...태권도협회 조직적 개입

2014.09.15. 오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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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태권도 선수를 둔 학부모 한 명이 편파 판정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경찰이 수사를 해봤더니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조직적인 승부조작이 있었습니다.

이러고도 태권도를 국기라 할 수 있는 지 좀 창피합니다.

김도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 선발전입니다.

경기 종료 50초 전, 홍색 호구를 착용한 선수가 5대 1로 크게 앞서 갑니다.

이때, 심판의 경고가 잇따릅니다.

점수 차는 점점 줄어들고, 상대의 얼굴 공격으로 승부는 8대 7로 뒤집힙니다.

홍색 호구 측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끝내 반칙패를 당합니다.

[인터뷰:승부조작 피해 선수]
"왜 나한테 이렇게 경고를 많이 주지? 이렇게 생각도 했고. 그러다가 전광판을 봤는데 감점이 돼 있어서 좌절했죠."

태권도 도장 관장이자 피해 선수의 아버지는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당시 서울시태권도협회는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심판을 제명했지만, 이게 다는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내막을 파헤쳐보니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겁니다.

아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상대편 학부모가 태권도협회 전무에게 청탁을 했고, 이 청탁은 해당 경기 심판에게까지 전달됐습니다.

반칙패를 선언한 당시 심판은 윗선이 누구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승부조작은 은밀하게 이뤄졌습니다.

[인터뷰:김도상, 경찰청 특수수사1팀장]
"심판이 전업이다 보니,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생활비 충당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상하관계 속에서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경찰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시태권도협회 김 모 전 전무를 포함해 7명을 모두 입건했습니다.

김 전무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나머지 관계자들이 승부조작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자신의 친인척 등을 협회 임원에 앉힌 뒤 부당하게 예산을 사용한 혐의도 적용해 전 서울시태권도 협회장 등 11명도 사법처리했습니다.

YTN 김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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