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가위로 '싹둑'...무용론 '솔솔'

전자발찌 가위로 '싹둑'...무용론 '솔솔'

2014.08.27. 오후 5:5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전자발찌를 차고 여성을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범행 뒤 가위로 발찌를 자르고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쉽게 끊을 수 있는 데다, 송수신기마저 없으면 무용지물인 전자발찌, 대책은 없는 걸까요?

김도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4일 새벽, 29살 한 모 씨가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찍힌 CCTV입니다.

경찰 추적을 피해 훌쩍 담을 넘고, 대담하게 도로를 가로지릅니다.

한 씨의 모습이 다시 발견된 건 이튿날 40여 km 거리의 서울 종로.

발목에 채워져 있어야 할 전자발찌는 온데간데없습니다.

한 씨는 여유롭게 음료수를 마시고 슬쩍 뒤를 돌아보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인터뷰:김인탁, 경기 광주경찰서 형사과장]
"추적기 달고 있으면 경찰에게 위치 추적되니까 휴대전화 버리고 송신기도 버렸답니다. 전자발찌는 2km 지난 곳에서 잘랐고..."

성폭행을 하기 전 이미 카페와 편의점에서 강도 행각까지 저지른 한 씨.

강도죄로 7년을 복역한 뒤 전자발찌를 차고 한 달 전 출소했지만, 성폭행한 뒤 위치 추적 송수신기를 버리고 전자발찌를 가위로 끊은 채 도심을 활보했습니다.

[인터뷰:한 모 씨, 피의자]
"열심히 나가서 살겠다고 나왔는데 성범죄가 아닌데 전자발찌를 차게 되니까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우울증도 와서..."

지난 10일에는 전자발찌를 헐렁하게 찬 40대가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도주하다 붙잡혔고, 지난 4월에도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30대가 전자발찌 송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보호관찰소 관계자]
(송수신기가 없으면 추적할 방법이 전혀 없나요?)
"지금 현재로써는요."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송수신기를 버리고 도주한 범죄는 확인된 것만 올해 10건 안팎.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재범 방지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전자발찌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포괄적인 재범 방지 프로그램이 국가적으로 시행돼야만..."

지난 2008년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뒤 착용 대상자는 2천여 명.

강력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라는 본래의 목표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YTN 김도원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