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부녀 구하고 떠난 '의사'

물에 빠진 부녀 구하고 떠난 '의사'

2014.08.26. 오후 7:3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물이 불어 난 강원도 인제 계곡에서 물에 빠진 부녀를 구하고 50대 의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지난 일요일에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몸을 던진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의사자 지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최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인제의 아침가리 계곡 입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일명 '뚝발소'.

등산로 중간에 있어 더위 식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서 지난 주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물에 빠진 11살 정 모 양과 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동호회 지인들과 등산을 하던 56살 한증엽 씨가 물속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인제군청 관계자]
"두 번째 다이빙했는데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마을 주민들이. (수심이) 평상시는 모르겠는데 보통 2m는 족히 된다고 해요, 비가 오고 물이 좀 차면..."

한 씨의 도움으로 깊은 수심에 소용돌이까지 이는 지형에서 정 양은 겨우 구조됐는데, 정 양의 아버지는 구조 뒤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넘게 새벽 수영을 해온 한 씨는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인터뷰:최익수, 동호회 지인]
"그냥 아무 말이 없이 뛰어들었어요. 의식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이런 행동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사람이 있으니까 본능적으로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거에요."

부녀를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한증엽 씨는 서울 자양동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해온 의사.

90살 노모와 아내, 또 중학생 딸을 뒤로한 채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한증식, 고 한증엽 씨 동생]
"여러 가지 면에서 환자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많이 하셨던 걸로 알고 있고, 근본적으로 건강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환자와 상담해서 도움 많이 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희생으로 실천한 의사 고 한증엽 씨.

유가족은 정부에 한 씨의 의사자 지정을 신청했습니다.

YTN 최원석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