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억측'...불신은 어디서 왔나?

'괴담·억측'...불신은 어디서 왔나?

2014.08.02. 오전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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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유병언 씨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혹과 괴담은 몇 달째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달구고 있습니다.

사실무근이라며 여러 근거를 제시해봤자, 그럴 리 없다는 '단정적인 불신'만 뒤따릅니다.

정부와 수사당국조차 믿지 못하는 이 뿌리깊은 불신은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권민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오락가락했던 구조자 숫자.

대거 인력을 투입했다던 해양경찰의 발표!

세월호 침몰 당시 정부의 부실대응은 전국민적 분노와 실망감으로 이어집니다.

정부를 믿지 못하니, 터무니없는 유언비어가 그대로 방송을 탑니다.

[인터뷰:홍 모 씨, 민간잠수사 사칭]
"지금 (민간 잠수사) 투입을 시켜주지 않고 있습니다. (잠수했던 사람들은) 뭔가 사람 소리와 대화도 시도했고 갑판 하나 사이를, 벽 하나 사이를 두고..."

과학적으로 틀림없다는 유병언의 죽음을 놓고도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대부분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기 보다는 일단 못믿겠다는 의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유병언의 시신은 가짜다, 시신이 바꿔치기 됐다, 국과수 발표를 못 믿겠다는 식입니다.

괴담과 사실의 갈래를 타도 모자랄 정치권은 오히려 의혹을 확산시킵니다.

[인터뷰: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7월 29일)]
"시신의 크기를 측정해본 결과 150cm였다, 국과수는 25일 날 7월 25일 날 발표를 159.2cm로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키가 안 맞다."

경찰은 결국 그 고리를 끊겠다면서 칼을 빼들었습니다.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유언비어와 괴담 유포자를 찾아내, 처벌할 수 있다면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경찰 관계자]
"너무 많이 악성으로 퍼지는 것들을 선별해서 수사를, 내사를 하겠다,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

그러나 반감이 적지 않습니다.

되레 빌미를 제공한 건 검찰과 경찰의 부실수사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인터뷰:문진석, 경기도 남양주시]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의혹들은 생기는 거고 믿는 사람이 생기는 거고 따로 있는 건데 오히려 그걸 누르려고 하는 게 더 의심이 가게 만드는 게 아닌가..."

전문가들은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정부 당국이 억지로 위신을 세우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하재근, 문화평론가]
"배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보인 해경의 너무나 이해가 안 되는 소극적인 태도, 그런 것이 이미 국가시스템이 워낙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강하게 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맹목적 불신이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근원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YTN 권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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