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학생, 첫 법정 증언 "승무원 엄벌해 달라"

생존 학생, 첫 법정 증언 "승무원 엄벌해 달라"

2014.07.28. 오후 5:5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오늘 처음으로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법정 증언을 했습니다.

구조 과정에서 선원이나 해경의 도움은 없었다며,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한연희 기자!

학생들의 진술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오후 1시쯤 생존 학생 6명의 증인 신문이 끝났습니다.

학생들은 사고 당시 상황과 탈출 경로 등을 비교적 침착하게 진술했습니다.

공통적으로 탈출 당시 선원이나 해경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 같은 선실에 있던 친구들과 서로 도와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사고 당시 많은 학생들이 두려움때문에 배 안에 있던 캐비닛에 숨었지만, 선실에 물이 찬 이후에는 그 속에 갇혔다가 겨우 빠져나오기도 했고, 캐비닛이나 가구를 밟고 탈출하기도 했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해경이 고무보트를 타고 있었지만, 비상구에서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올리기만 했다며 당시 해경의 구조 행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생존학생 한 명은 탈출을 위해 친구들과 차례를 지키며 비상구에 서 있었지만, 바다로 뛰어내리기 직전 몰려든 파도때문에 친구들이 다시 배 안으로 휩쓸려 들어가기도 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반복됐고, 해경이 도착한 뒤에도 탈출 안내방송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위험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경험이 더 많은 선원들의 안내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더 많은 인원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재판부는 원래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화상 증언을 계획했는데요.

학생 대부분이 친구와 함께 증인석에 앉는 조건으로 법정 증언을 희망해 학생 증인 6명 가운데 5명이 직접 법정에 나와서 진술했습니다.

다만,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부의 비공개 결정에 따라 학생 가족과 취재진 등 10여 명만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재판부는 그 동안 광주에서 재판을 진행해 왔지만,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안산에서 재판을 열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의 진술이 끝난 뒤에는 부상을 당한 일반인 생존자와 필리핀 가수 부부의 증언이 이어졌고, 내일은 오전부터 다른 생존 학생 17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YTN 한연희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